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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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을 굶었어요”

2024-04-26 (금) 김재억 굿스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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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권 이후 3년 동안 멕시코와 미국 남부 국경 3,144 km 중 경비가 허술한 지역을 통해 엄청난 불법이민자가 쇄도했다. 작년 12월에만 라티노, 중국인 등을 포함한 30만명이 밀입국하여 매일 1만명이 입국한 셈이 됐다. 2023년 한해에만 250여만 명이 월경에 성공했다. 혹자는 바이든 정권 3년 동안의 누적 밀입국자 수가 1,000만명을 상회할 것이라며, 미국 내 작은 스테이트 24개주의 전체 주민의 숫자보다 많다며 염려하고 있다.

수도권 워싱턴 지역 곳곳에서, 랭글리파크에서, 버지니아 한인타운인 애난데일에서 매일 갓 미국에 밀입국하여 몰려온 새로운 얼굴들을 대할 수 있다. 건장한 250여명의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출신 청장년들이 일자리를 잡기 위해 거리를 배회한다. 거기에 최근 새롭게 유입된 베네수엘라, 아이티, 페루, 볼리비아, 니카라과 라티노들과 아프리카 카메룬, 나이지리아 출신들까지 합쳐지면 다국적 노동시장이 형성된다.

매주 토요일 아침 굿스푼은 휄로십교회, 지구촌교회 팀원들과 랭글리 파크에서 라티노 도시빈민들을 위한 구제사역을 펼치고 있다. 꽃샘추위가 옷깃을 헤집는 토요일 아침, 봉사자들이 거리에서 상차림을 하고 외국인 나그네들을 맞이한다. 따뜻하게 끓인 닭고기스프에, 갓 구운 ‘빤 프란세스’(Pan Frances), 그리고 달큰한 커피믹스를 정성껏 내어주며 ‘께 디오스 레 벤디가’(Que Dios le Bendiga,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인사를 건넨다.


키가 작지만 다부지게 생긴 40대의 온두라스 출신 노숙자 니콜라스가 눈물 젖은 목소리로 화답한다. “나흘만에 처음으로 치킨스프와 빵을 먹는다”며 받아든 급식을 허겁지겁 입에 넣는다. 그와 풍찬노숙을 함께 하고 있는 라티노들도 차디찬 손으로 일용할 양식을 받아든다.

“가난한 자를 돕고, 그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하나님에게 꾸어주는 것과 같다. 하나님께서 결코 잊지 않으시고 그 선행을 갚아 주시리라 약속하신다.”

<김재억 굿스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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