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핵과 살라미작전

2018-01-15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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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평화모드다. 적어도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되는 한국 언론의 보도 편향으로 봐서는. 평창올림픽, 오르기만 하는 집값 등이 주요 관심사 같다. 적폐청산 뉴스도 빠지지 않는다.

그 가운데 전략자산이 속속 한반도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 항모 칼 빈슨호가 재배치됐다. 핵 공격능력을 갖춘 스텔스 전략폭격기 B-2 ‘스피릿’ 3대가 괌 공군기지로 이동했다

그 뿐이 아니다. 최신형의 공대공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등 미사일포대를 날릴 수 있는 정밀타격무기가 쉬지 않고 증강 배치돼 그 흐름을 일일이 쫓을 수 없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 B-2 ‘스피릿’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그렇다. 핵 공격능력에, 지하 콘크리트 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MOP를 투하할 수 있다. 그런 가공할 폭격기가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는다. 거기다가 적 사령부를 초토화 시키는 참수작전에도 동원된다. 그 B-2 ‘스피릿’ 3대가 200여명의 공군 병력과 함께 괌에 배치된 데 대해 미국언론은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지금 주요 정책결정자 사이에는 두 가지 군사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나는 재래무기 사용을 통해 북한의 핵무장을 아예 봉쇄하는 안이다. 다른 하나는 제한적인 군사공격 안이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를 향해 몰려들고 있는 이 시점에 워싱턴 발로 전해지고 있는 뉴스다.

거기에 또 하나. 아직 잠복상태에 있다고 할까. 극히 일부에서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그것은 핵무기를 사용논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저강도(low yield)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워싱턴 일각에서 타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방사능 낙진확산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100명 미만이다. 그렇지만 정밀타격이 가능해 지하 100m 이상의 지하벙커도 파괴할 수 있다. 그 B61 전술핵폭탄 사용도 검토되고 있다는 거다.

무엇을 말하나. 일단은 지켜보는 거다. 남북대화 말이다. 한국의 정부여당 주장대로 모처럼 열린 남북대화가 평화올림픽개최에서 북 핵 동결을 거쳐 비핵화로 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

그러나 결국은 시간만 허비하고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김정은의 평창올림픽 참가 제스처는 숨 돌리기에, 시간벌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다수 미 관측통들의 판단이다. 그리고 워싱턴은 올림픽 이후 악화된 상황에 대비해 군사옵션을 포함한 ‘플랜 B’를 본격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일명 ‘코피작전’(bloody nose)으로 불리는 제한적인 군사공격 안이다. 백악관의 국가안보위원회(NSC)가 지지하고 있고 펜타곤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어서다.


‘소년 독재자 김정은은 이성적 존재인가 아닌가’-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논란으로 이 ‘코피작전’의 한 배경을 이루고 있다.

‘미국이 군사옵션을 수행할 경우 김정은은 대대적 반격에 나서 엄청난 인명피해가 따를 수 있다’- 상식 같이 들리는 이야기다. 이는 혹시 잘못된 신화가 아닐까.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논객이 해군대학의 데이빗 애덤스다.

그레이엄 앨리슨을 비롯한 대다수 논객들은 군사 옵션을 반대한다.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전쟁억지력(deterence)강화다. 북한 핵 위기는 이 방안으로만 관리된다는 거다.

전쟁 억지력이란 것은 상대가 이성적 존재 일 때 통한다. 상당수 억지력 옹호론자들은 그런데 이 논리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므로 군사옵션은 대대적 반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면서 동시에 북한에 억지력이 통한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애덤스가 과감하게 제시하는 주장은 김정은이 정말 비이성적 존재인지 제한된 군사공격을 통해 간을 보자는 것이다. 억지력이 통하는 이성적 존재이면 대대적 반격은 못한다. 반격은 북한체제멸절로 이어지니까.

그 경우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제한된 공격이지만 김정은의 콧대를 꺾었다는 것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이성적 존재임을 확인했으니까 그에 따른 억지전략을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비이성적 존재로 밝혀질 경우에는 그러면. 차라리 지금(now)이 LA나, 서울을 핵으로 날릴 수 있는 핵무장능력을 갖추었을 때보다 군사옵션 수행의 적기라는 주장이다. 사상 최악의 독재자다. 그런데다가 비이성적이다. 그런 김정은이 핵무기를 손에 쥐었을 때 어떤 일을 벌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억지력은 북한 같은 비열하고, 잔인무도한 체제에는 통하지 않는다.” 허버트 맥매스터 트럼프대통령 안보보좌관의 말이다.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오늘날에는 북한을 포함해 9개 나라가 핵무장을 갖추었다. 이런 복잡한 정황에서 전통적 억지력이 통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다.

맥매스터는 이런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북한 같은 체제가 장거리미사일에 핵탄두를 갖추게 되는 상황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불안정 사태도래’라는. 무엇을 근거로 한 주장일까. 범죄 집단에 가깝다. 그 북한체제는 돈만 된다면 뭐든지 판다. 이미 이란과 시리아에 미사일과 핵을 팔아치운 전과가 있다. 북한체제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그 하나다.

북한 핵 위기를 그는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형 체제들의 미국에 대한 ‘살라미작전’의 일환이라는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라이벌 세력이 북한이란 ‘프락치’(proxy)를 내세워 한반도 더 나가 동북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의지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진단과 함께 내세우고 있는 것이 ‘거부를 통한 억지력강화(deterrence by denial)작전’이다. ‘살라미’를 한 조각 베어 먹기 전에 적대세력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겨 준다는 거다. 다른 말이 아니다. 북한의 핵무장사태를 미국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거다.

내려지는 결론은 뭘까. 미국의 군사옵션 가능성을 결코 과소평가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아닐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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