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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vs 캘리포니아

2018-01-11 (목) 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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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과 분노’에 휩싸인 백악관의 방어전이 뉴스의 조명을 독차지 했던 새해 첫 주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전쟁’이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 캘리포니아의 팽팽한 맞대결이다.

새해 업무 첫날인 2일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캘리포니아 공격은 포문을 열었다. 타겟은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캘리포니아 가치법’이다. 서류미비 이민자 보호를 위해 지역 경찰에 대한 연방이민단속 협조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미 전국 첫 번째인 이 ‘피난처 주’법을 겨냥, 연방세관이민국이 작심한 듯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캘리포니아는 각오하라”고 경고한 토머스 호만 국장대행은 단속요원 대폭 증원을 천명하는 한편 연방정부가 피난처 도시들을 고소하고 기금지원을 중단시켜야 한다며 고강도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한 그의 위협은 한 발 더 나갔다. “피난처 도시 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에게 개인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형사기소까지 시사한 것이다.


(호만의 경고는 빈말이 아닌 듯 어제 이민국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7개 주에서 98곳의 7-11을 급습, 불법 체류자들을 무더기 검거했다. 그러나 피난처 지지 정치인들의 체포는 법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대변인실은 “이 사람은 공포 조장에 앞서 주법에 대해 좀 더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민국 위협에 대한 캘리포니아 정계의 반발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와중에서 이틀 후 이번엔 연방법무부에서 마리화나 단속방침이 나왔다. 역시 새해부터 발효된 캘리포니아의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겨냥한 것이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4일 주정부의 마리화나 합법화는 연방의 마약관련 조치를 방해하지 않는 한 연방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지침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마리화나를 가장 위험한 마약의 하나로 구분하고 있는 연방법에 의한 사실상 마리화나 단속 허용이다. 마리화나 흡연자, 제조자, 판매자 모두 어디까지가 위법이고, 합법인지 혼동과 두려움에 빠질 것이다)

캘리포니아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같은 날, 이번엔 연방 내무장관 라이언 징키가 또 하나의 오바마 뒤집기 정책을 발표했다. 미 연안의 석유시추를 금지한 오바마의 조치를 해제하고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대부분 연안지역의 석유 및 가스 시추 5개년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의 기수로 자타가 공인하는 캘리포니아에겐 도저히 용납하긴 힘든 ‘무분별하고 근시안적인 조처’다.

(법무부가 캘리포니아의 마리화나 합법화에 맞춘 발표타이밍 비판에 전혀 아니라고 발뺌을 했듯이 내무부도 ‘에너지 초강대국’으로 향하는 국정정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닷새 후 상당히 정치적 조처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다.

연안 시추를 반대한 것은 캘리포니아 만이 아니다. 많은 주들이 포함되었고 플로리다를 포함한 공화당 주지사들도 일제히 강력 반대를 표명했다. 그런데 9일 징키 내무장관이 “유니크하고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플로리다는 시추에서 제외한다고 밝힌 것이다. 대선 경합지역 플로리다는 트럼프가 승리한 곳이며 릭 스콧 주지사는 민주당 현역에 맞서 연방 상원의원 출마를 고려 중이다)

지난 연말 상당수 캘리포니아 납세자에겐 ‘증세안’이 되어버린 트럼프의 ‘감세안’ 통과로 이미 한차례 세게 얻어맞은 캘리포니아에 새해 벽두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강펀치가 전방위로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주지사·민주당 주의회의 캘리포니아와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의 충돌이 새삼스런 현상은 아니다. 트럼프 취임이후 지난 1년간 끊임없이 반목해 왔다. 이민·헬스케어·환경을 비롯한 주요 이슈의 트럼프 정책에 반발하는 캘리포니아의 도전은 법정에서, 의회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계속되어 왔고 지금도 계속 중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캘리포니아가 제기한 소송이 무려 17개 이슈에서 24건에 이른다.

대통령 자신도 이 같은 불화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별로 보인 적이 없다. 미국인 10명 중 1명이 거주하는 최다인구, 세계 6위 국가수준의 경제규모를 가진 ‘골든 스테이트’이지만 그는 처음부터 “여러 면에서 통제 불능”이라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힐러리 클린턴에게 참패당했던 캘리포니아가 아직도 ‘반 트럼프의 본거지’로 느껴지는지 취임 1년이 넘도록 한 번 방문하지도 않았다. 그에게 캘리포니아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포기한 표밭이기 때문일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반격도 날로 강화되고 있다. 연방 대신 캘리포니아가 기후변화의 선봉에 설 것을 전 세계에 선언했는가 하면 다른 주들과 공조해 법정투쟁을 계속하고 이민 등 주민보호 정책 입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불리한’ 트럼프 개정세법에 대응해 주 세금을 기부금 형식으로 납부해 공제받도록 하는 극단적 ’캘리포니아 납세자 보호법안’도 발의되었다.

‘두 미국의 대결’로 뉴욕타임스가 표현할 만큼 심화된 트럼프와 캘리포니아의 충돌은 쉽게 해소될 전망이 아니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주 정치인은 또 그들대로 대의명분 뒤에 정치적 꼼수를 숨기고 있어 페어플레이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그 싸움의 와중에서 일부는 법원판결로, 일부는 새로운 주법 통과로 매듭지어 질 것이며 일부는 트위터 통한 설전을 치르며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다…그리고 이 모든 게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쟁’을 지켜보는 극좌도, 극우도 아닌 보통 주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캘리포니아의 가치관을 폄하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방관할 수도 없지만, 연방정부와의 끊임없는 전면전 또한 계속하기도 힘들고 현명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정치인들이 “꼭 싸워야할 싸움만을 잘 선택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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