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또 한 해를 보내며…

2017-12-12 (화) 08:26:22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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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한 해를 돌아보며 의례 수식어로 붙이는 ‘다사다난’이, 올해 만큼 여러 종류의 기막힌 사건들이 수시로 터져, 다사다난이라는 말의 참뜻을 되새겨 보게 하는 해는 없었던 듯싶다.

태풍, 홍수, 가뭄, 산불, 산사태, 지진 등의 천재지변, 양민들을 타겟으로 한 비겁한 정치테러와 폭동,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무책임하고 무식한 정치 지도자들의 발언, 총기난사로 교회와 학교와 직장이 전쟁터로 변해 예배 드리던 이들과 수업 중이던 어린 학생들, 길 가던 이들이 이유도 모른 채 부상당하고 목숨을 잃은 어이없는 난동.

지난 200여년 동안 뼛 속 깊게 물들은 인종차별로 잘못 없는 흑인들을 죄인 취급하여 삶을 짓밟고 목숨까지도 앗아간 경찰관들, 500여년 전까지 이 땅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을 제도적으로 박해하며 척박한 땅에 내 몰고 경제적 이득의 이유로 다시 그 땅을 불법침범하고 합법화하는 정치권.


권력을 남용하여 미성년 소녀로부터 유부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을 거리낌 없이 휘두른 사회 각계각층의 남성들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피해자를 거짓말장이로 만들어 또 한 번 희생시키는 뻔뻔하고 추잡한 가해자들…

이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집과 재산을 잃고, 몸과 마음이 무수히 망가진 이웃들의 모습을 매일 보며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얼마나 더 사랑하는 가족들이 상하고 망가져야 우리들은 평화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고통과 슬픔에 만성이 되어 그들의 상처에 무심한 것은 아닌지, 미연의 방지가 가능했던 일들을 이기적인 이유로 방치하였던 것은 아닌지, 권력지탱을 위해 교묘하게 사탕발림한 정치가들의 말 재주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아예 불편한 진실을 외면했던 무관심과 이기심은 아니었을까?

어두움이 일찍 깔리기 시작하여 마음도 쉽게 무거워지는 이 계절, 하나의 작은 전구가 빛을 발하고 모여져 크고 조화된 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을 기분 좋게 둘러본다.

자신의 선 자리에서 조용히 최선으로 작은 빛을 발한다면, 모국인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평화의 기적이 팝콘 터지듯 일어나기를 오늘도 기도해 본다. 올 한해 보다 공정한 사회를 기원하며 쓴 글들을 기분 좋게 읽어 주신 독자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격려해 주실 때 더욱 보람을 가지며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우리 모두의 가정에 더욱 더 행복과 평화가 넘치는 새해가 되길 기원하는 바이다.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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