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살 소동-중국연구(1)

2017-12-06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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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사 통신은 지난주 이례적으로 중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사건을 보도했다. 군의 최고위 간부인 중앙군사위 정치 공작부 주임 장양이 당국의 조사를 받던 중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는 것이다. 장양은 육군대장이며 군 핵심간부에 속한다. 그는 군 부패세력의 상징인 쉬차이허우와 궈보슝의 후원을 받은 혐의로 조사받고 있었다. 쉬차이허우와 궈보슝은 누구인가. 두 사람은 중앙군사위 부주석(대장)으로 막강한 힘을 휘둘러온 중국군의 실세 중의 실세였다.

이런 일화가 있다. 2011년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후진타오 주석과 회담하던 날 중국은 신형 스텔스 전투기 젠-20의 시험비행을 과시했다. 기분이 상한 게이츠 장관은 후진타오 주석에게 “저의 중국방문을 기념하는 과시 행사입니까”라고 물었더니 후진타오가 젠-20의 시험비행을 전혀 모르고 있더라는 것이다. 주석이 군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미 국방장관에게 보여준 셈이다. 이때의 군 실세가 바로 장쩌민 계인 쉬차이허우와 궈보슝이었다.

시진핑은 집권하자마자 쉬차이허우와 궈보슝을 부패장성으로 낙인찍고 수사에 착수했는데 쉬 전 부주석의 집에서 나온 보석, 골동품, 현금을 세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쉬차이허우는 2015년 조사 받던 중 방광암으로 숨졌으며 궈보슝은 지난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쉬-궈 계열의 군고위장성은 수십 명에 달하는데 조사가 시작된 후 8명의 쉬-궈계 중국군 고위 장성들이 호텔에서 뛰어내리거나 목을 매 자살했다. 중국군 내부가 지금 발칵 뒤집혀 있다.

이들은 왜 재판을 받지 않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중국군에서는 부패 고위간부가 자살하면 더 이상 수사를 벌이지 않는 것이 관례로 되어있다. 가족들에게 불똥이 번지지 않고 벌어놓은 재산도 어느 정도 보호가 되는 것이다. 또 재판을 받으면 한국이나 미국과는 달리 무기징역 심지어 사형까지 언도받기 때문에 죽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군뿐만이 아니다. 당 내부에는 더 큰 회오리바람이 일고 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공안부장을 맡았던 장쩌민의 심복 저우융캉이 지금 구금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압류한 재산이 15억 달러에 이르고 그의 부정에 연결된 당 간부가 300여명이나 된다. 저우융캉은 경찰, 검찰, 법원, 무장경찰을 통솔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진타오 시절 국가주석인 후진타오와 총리인 원자바오도 그의 눈치를 본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 중국공산당의 거물인 이 저우융캉을 시진핑이 감옥에 잡아넣은 것이다. 저우융캉의 죄목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뇌물은 물론이고 국영 TV 미인 아나운서와 결혼하기위해 본처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인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보시라이(충칭시장) 케이스와는 달리 저우융캉의 수사내용을 시진핑 정부가 일체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용을 밝히기에는 부정의 내막이 너무나 엄청나고 수많은 당 간부가 관련돼 잘못하면 공산당에 실망한 군중들이 천안문 사태와 같은 데모를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우융캉을 재판에도 회부하지 않고 있다. 재판이 열리면 중국공산당의 치부가 모두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 정부는 저우융캉이 자살해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우융캉과 쉬차이허우-궈보슝 사건은 중국이 경제대국인 동시에 부패 공화국임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 개혁세력과 기득권 세력 간에 대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시진핑의 도전이 성공하느냐 못하느냐 - 시진핑의 정치생명은 물론 중국의 미래가 부패청산에 걸려있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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