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미데모와 침묵하는 다수

2017-11-08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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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가면 젊은 여성들이 기관단총을 메고 거리를 순찰하거나 공항 등지에서 경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디를 가나 젊은이들의 애국심과 도전정신을 느낄 수 있다. 이스라엘인들은 이와 같은 자세가 ‘마사다 정신’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마사다는 사해를 내려다보는 높이 450미터의 산 정상에 있는 요새다. 이스라엘을 점령한 로마군에 대항하여 끝까지 싸우다 전원 자살한 유대인들의 영웅적인 스토리가 담겨져 있는 유적지다.

AD 70년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점령당하자 유대인 열심당원 967명은 마사다로 피신했다. 로마의 실바장군은 1만5,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7개월간 마사다를 공격했으나 벤 야이르가 이끄는 유대인들의 결사적인 항전에 부딪쳐 성공하지 못했다. 마침내 로마군이 인공산을 건축해 마사다를 내려다보며 불화살을 쏘자 최후를 직감한 유대인들은 항복해서 노예가 되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며 함락 직전 모두 자살해 버렸다.

마사다는 유대인 역사에서 극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의 긍지와 저항정신의 상징이다. 전국의 고교생들이 의무적으로 이곳에서 며칠씩 야영을 하며 ‘마사다 정신’을 배운다. 마사다는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애국정신 훈련장이다. ‘6일 전쟁’에서 어떻게 이스라엘이 승리할 수 있었는지를 웅변해준다.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현상을 보면 한국인들에게 애국심이 있는지 다시 한번 의심하게 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둘러싸고 광화문에서 벌어진 반미, 친미 데모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일본을 보라. 아베 총리가 게이샤를 연상케 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접대에 호들갑을 떨었는데도 국민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아베를 항상 비판해온 아사히신문마저 아베가 국익을 위해 트럼프에게 아양 떠는 것은 눈감아 줄 수밖에 없다는 사설을 싣고 있다. 국익을 위해서는 자존심도 아랑곳 않고 일치단결하는 국민들이 일본인들이다.

한국은 어떤가. 트럼프를 국빈으로 초청해 놓고는 좌파들이 전국에서 반미데모를 벌이고 있다. ‘국빈’은 정부뿐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손님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들의 데모구호를 보면 “트럼프 돌아가라” “주한미군 철수하라” “종속적 한미동맹 철폐하라” “사드 빼라” 등 국빈 얼굴에 찬물 끼얹는 내용이고 심지어 미 대사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화를 짓밟고 불태우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보였다.

이들은 민노총과 민중당이 주체다. 민중당이 누군가. 통진당이 옷을 갈아입은 극좌파 세력이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9년을 선고받은 이석기를 석방하라고 외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수수방관하는 자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갈 때 광화문에 차벽을 쌓은 것이 무슨 큰 강경책이나 되는 것처럼 표정 짓고 있다. 오늘 국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게 되어 있는데 민중당 의원 2명이 야유의 소리를 지르거나 트럼프를 망신 주는 사인판을 들고 나오면 망신의 극치다.

왜 극소수의 태극기 데모대만이 이들을 규탄하고 있는가. 정부는 평화만 외치고 있고 국민들은 좌파들의 몰상식한 행동을 물끄러미 보고만 있다. 한심한 다수의 침묵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 친미 때문이 아니다. 국가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국민들과 너무나 비교가 된다.

‘마사다 정신’과 같은 국민정신이 한국인에게는 결여되어 있다. 트럼프의 방한을 맞아 광화문에서 펼쳐진 반미와 친미데모는 한국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국빈초청에 나라망신 쇼까지 곁들인 셈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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