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인들이여 메르켈을 보라

2017-10-25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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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세계무대의 괄목할만한 현상은 여성지도자들의 출현이다. 박근혜도 대통령에 당선되어 한때 화제가 되었지만 현재 대만총통도 차이잉원이라는 여성이다. 그러나 억만장자인 차이잉원은 서민생활의 아픔을 이해못해 국민들의 실망을 자아내고 있다. 영국 총리 테레사 메이는 기대가 컸지만 박근혜처럼 불통이 심해 지지율이 20%선으로 떨어져 겨우 정치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아베 총리를 누를 것처럼 인기상승 했으나 지나친 극우로 이번 총선에서 대패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의 통치에 감사해야 하며 위안부는 매춘부였다”고 말할 정도로 극도의 편견을 지닌 여성이다.

대부분의 여성 지도자들이 죽을 쓰고 있는 마당에 오직 한 사람만 혜성처럼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63) 총리가 바로 그 화제의 주인공이다. 지난달 총선에서 그는 4선에 성공했다. 그는 유권자의 판단에 정치인이 맹종하면 유권자의 노예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선거에서 유권자에 아부하는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슬람이민을 중지해야된다는 여론이 일어나 지지율이 떨어졌으나 아랑곳 않고 이민개방정책을 소신있게 밀고 나갔다. 헝가리, 체코, 폴란드, 심지어 프랑스까지 이슬람이민을 반대하는 마당에 한때 게르만 민족의 우위를 가장 부르짖으며 인종차별의 상징이었던 독일이 문화가 전혀 다른 이슬람을 포용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은 독일의 재탄생을 의미한다.

메르켈의 리더십 비결은 무엇인가. 대화와 화합이다. 겸손과 정직이다. 한국정치인들이 규범으로 삼아야 할 정치인이고 그의 일생을 중고교 교과서에 올려야 한다. 메르켈은 동독출신의 총리다. 한국으로 말하면 북한 김일성대학 출신이 통일한국의 대통령이 된 셈이다. 동독출신의 재혼여성인 데다 헤어스타일과 옷이 너무 촌스러워 능력보다 외모가 매일 화제였다. 헬무트 콜 총리는 여성청소년부 장관인 그에게 외국원수가 방문할때만은 제발 다른 옷을 입고 나오라고 자신의 여비서를 보내 메르켈의 파티복장을 도와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메르켈의 능력은 기민당 최고위기에서 증명 되었다. 총선에서 기독교사회연합과 사민당 등 좌파를 설득하여 연립정부를 구성하는데 성공하면서 총리로 등장한 것이다. 다당제정치, 협치정치의 시대를 연 것이다. 게다가 정적이며 전임 총리인 슈뢰더를 ‘독일경제 부흥의 일등공신’이라며 칭찬, 그의 경제노선을 따르고 있다. 야당이 있는지 없는지 애매한 것이 지금의 독일정계다. 그는 동성연애 결혼 등 야당의 주장도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는 ‘무터’(어머니)로 불린다. 보복정치가 판을 치고 있는 한국정치판과는 정반대다.

지금의 독일인구는 20%가 터키, 시리아 태생 등 무슬림이다. 몇십년 후엔 무슬림 총리가 탄생할수도 있다. 메르켈은 이민개방 정책이야말로 독일을 유럽의 리더로 자리매김할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미국처럼 독일을 다문화국가로 만들어야 독일이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정치인이다. 더 이상 세계가 미국과 러시아의 시대에만 안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메르켈의 독일은 다른 유럽국가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증명 했으며 유럽의 리더로 등장하는데 성공했다. 메르켈이 주장하는 전화위복 정치의 표본이다. 트럼프, 푸틴, 아베 등 과격주의와 민족제일주의가 판치고 있는 어두운 국제정치 무대에서 메르켈만이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세계는 빛을 찾았다. 시리아 난민들이 독일에 도착한후 “메르켈, 당신은 우리의 희망 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흔들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유럽은 지금 ‘메르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메르켈은 위대한 정치인으로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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