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명마저 돈에 휘둘리는 사회

2017-10-21 (토) 김소영/뉴욕지사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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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미국에서 최악의 총기 참사가 발생했다. 네바다 주의 라스베가스 콘서트장을 겨냥해 호텔에서 한 남성이 불법으로 개조한 총을 난사한 것이다. 씁쓸한 말이지만 미국에서 총기참사는‘ 일상 다반사’가 된 지 오래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발생한 대형 총기참사는 15건에 달한다. 2012년 콜로라도주의 한 영화관에서총기난사로 12명이 사망, 70여명이 다쳤고, 같은 해 커네티컷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로 어린 학생 20명을 포함해 26명이 사망했다.

특정인을 겨냥한 총기사건은 이외에도 셀 수없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본 기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인근에서 앙심을 품은 남성이 직장동료를 향해 총기를 난사, 3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타전되고 있다.


끊임없는 총기난사 사건과 이로 인한 무고한 생명의 희생에도 왜 미국 땅에서 총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총기 관련 업체들의 자금력을 앞세운 엄청난 로비가 한몫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총기관련 협회들이 올해들어 8월까지 사용한 로비자금 통계를 보면 전미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n)에서 320만달러, 전미총기스포츠재단(National Shooting Sports Foundation)에서 175만달러, 전미총기권리협회(National Assn for Gun Rights)에서 41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최근 미국의 교도소에 관한 다큐멘터리 ‘13th’를 보고 무언가에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국의 역대 행정부 별로 수감자 수가 급격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 배후에는 역시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과 업체들의 로비가 있었다는 얘기다. 교도소 급식업체나 침구류 납품 업체, 수감자들의 노동으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업체 등이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하고자 수감자수를 유지하거나 증가시키기 위해 정부와 보이지 않는 거래를 한다는 주장이다.

일반인들의 생각이라면 범죄자가 줄어드는 것이 사회 치안과 예산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뒤에는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과 정부 간 철저한 ‘뒷거래’가있었다. 흔히들 황금만능주의를 빗대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생명과 인권, 민주주의마저도 돈에 휘둘리는 철저한 금권사회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소영/뉴욕지사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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