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친 구

2017-10-15 (일) 11:07:47 최연홍 시인,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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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놀라셨어요.
모르는 내 친구가
할머니를 찾아갔으니

지난해 그 친구가
손자를 전주에서 외사천까지 데려다 주었어요.
기억하시지요

어쩌다 둔 고명딸이 시집 가
아들을 낳았을 때
동네 방네
“내 딸, 용해가 아들 낳았다네!”
낭보를 전한
외할머니의 외로운 혼령 앞에
합장하고 서 있는
친구 내외


손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살고 있고
친구가 백리 밖에 살고 있으니
외할머니
이번 추석은 덜 외로웠지요

할머니,
내 친구가 다정하지
“기특하구나, 아직 이 세상에 이런 친구도 있다냐!”
말씀 하셨지요.

할머니,
참다 참다 끝내는 터트린 울음,
할머니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어요
세월은 가도 더 깊어가는 우정

세월이 가도 사랑은 더 은은해지고
세월은 가도 우정은 더 은은해져요
외가엔 할머니와 내 친구 내외가 같이 살고
대숲을 지나는 바람소리 똑 같아라

<최연홍 시인,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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