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부, 저소득 은퇴계좌에 최대 1,000달러 매칭

2026-05-05 (화)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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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 ‘사각지대’ 해소 기대
▶ 트럼프, 행정 명령에 서명

▶ 저소득·서비스 업종들 혜택
▶ ‘노후빈곤 안보 차원 위기’

정부, 저소득 은퇴계좌에 최대 1,000달러 매칭

정부의 은퇴계좌 매칭 지원은 회사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열약한 서비스 업종 근로자들에게 특히 희소식이다. [로이터]

앞으로 연간 일정 소득 이하의 근로자의 자신의 은퇴계좌에 저축할 경우 정부가 최대 1,000달러까지 현금을 매칭해준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고질적인 은퇴 자산 양극화가 해소되고 저소득층의 ‘은퇴 사다리’가 복원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30일 저소득 및 중소득 근로자들의 은퇴 자금 마련을 돕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핵심은 고용주로부터 퇴직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천만명의 사각지대 근로자들에게 정부가 직접 ‘매칭 펀드’를 제공하고, 누구나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연방 차원의 통합 플랫폼인 ‘TrumpIRA.gov’를 구축하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세이버스 매치’(Saver’s Match) 프로그램의 본격 가동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세이버스 크레딧’(Saver’s Credit)이 세액 공제 방식이라 실질적으로 소득세 납부액이 적은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면, 이번에 도입되는 매칭 시스템은 정부가 IRA 또는 401(k)와 같은 근로자의 은퇴 계좌에 직접 현금을 꽂아주는 방식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연간 일정 소득 이하의 근로자가 자신의 은퇴 계좌에 저축할 경우 정부가 해당 금액의 50%를 최대 1,000달러(부부 합산 시 2,000달러)까지 매칭하여 입금해준다. 예를 들어 한 저소득 근로자가 연간 2,000달러를 저축하면 정부가 보너스로 1,000달러를 더해 총 3,000달러의 자산이 형성되는 구조다. 백악관은 25세 청년이 매달 약 165달러를 꾸준히 저축하고 매년 1,000달러의 정부 매칭을 받을 경우, 65세 은퇴 시점에 약 46만5,000달러(연 수익률 6% 가정)의 자산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중 3분의 1에 가까운 15만5,000달러가 순수하게 정부 지원금에서 발생한 복리 효과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토록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약속한 배경에는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은퇴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6년 노후 준비 현황 통계는 가히 충격적이다. 노스웨스턴 뮤추얼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안락한 은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금, 이른바 ‘매직 넘버’는 146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불과 1년 전보다 15% 이상 급등한 수치다. 응답자의 46%가 “나는 은퇴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으며, 무려 48%는 “내가 가진 돈보다 내가 더 오래 살까 봐 두렵다”는 원초적인 공포를 드러냈다.

현재 미국 근로자 중 하위 소득 10%의 무려 78.7%가 직장 내 퇴직연금(401k 등)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상위 10%의 미가입률은 18.2%에 불과하다. 긱 워커(Gig worker), 독립 계약자, 영세 소상공인들은 제도적으로 부를 축적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연방 통합 플랫폼인 ‘TrumpIRA.gov’는 민간 금융기관들이 제공하는 저비용, 고효율 IRA 상품들을 한곳에 모아 근로자들이 쉽게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게 하는 ‘퇴직연금 마켓플레이스’다. 특히 민간 비영리 단체나 자선 기금이 저소득 근로자의 IRA 계좌에 직접 기부할 수 있도록 세법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한 점도 이례적이다. 고용주가 없는 프리랜서나 영세업자들에게 자선 단체가 ‘가상의 고용주’ 역할을 하여 노후 자금을 보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은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은퇴 준비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나 책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직접 현금을 매칭해주고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것은, 노후 빈곤을 국가 안보 차원의 위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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