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소한 행복

2017-10-13 (금) 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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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한국 삼성생명연구소의조사결과 50대의 69%이상이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연구소가 집계한 통계에서도 60%이상의 미국인이 자신의 삶이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부분이 일자리나 건강, 자녀 혹은 은퇴 후 생활문제 등으로 인한 고민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며 살수있을까? 이해인 수녀는 “저울에 행복을 달때 불행과 행복이 반반이면 저울이 움직이지 않지만 불행 49%, 행복51%이면 저울이 행복 쪽으로 기울게 된다”고 하였다. 행복의 조건에는 많거나 큰 것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우리네 삶에서 아주 소소한 1%, 그리고 아주 작은 1%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실제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꽃,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그리고 해와 달을 보는 것이나 간단한 산책, 커피 마시기, 정원 가꾸기, 독서, 영화감상, 여행, 편지나 이메일 주고받기 등등이 다 1%에 해당되는 행복의 원천이다. 미국의 저명한 작가 스톰 제임슨도 “진정한 행복은 깊이 느낄 줄 알고 단순하고 자유롭게 생각할 줄 알고 삶에 도전할 줄 알고 남에게 필요한 삶이 될 줄 아는 능력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우리 인생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걱정거리와 근심거리로 이어진다. 그런 와중에 총기사건, 테러 등에 의해서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의 생명을 졸지에 잃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언제 또 느닷없이 헤어지게 될지 모르는 우리들의 삶이다.

실제로 세상을 둘러보면 온통 먹구름 투성이다. 미국 내에서 6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역대급 라스베가스 총격사건은 발생한지 한주가 지났어도 아직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국외에서는 시시각각 일어나는 테러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는 카리브해 연안에서 발생한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크게 몸살을 앓았었다. 한반도에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격한 대립으로 당장이라도 전쟁이 터질 듯 연일 험악한 분위기다. 하룻밤 자고 나면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문제는 이런 돌발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있었던 내 가족, 내 친구가 비명횡사하고 나는 살아남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모를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쉴 새 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있다고 해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세상이다.

누구나 어떤 참변을 겪고 나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행복’이다. 3,000여명이 졸지에 유명을 달리한 9.11테러도 미국인들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행복지수가 높은 덴마크에서는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스타일을 ‘휘게(Hygge)’라고 한다. 가족이나 친구, 이웃과의 교감을 공유하며 누리는 아름답고 정겨운 일상의 행복을 말한다.

‘안락함’ 혹은 ‘아늑함’을 뜻하는 휘게는 덴마크인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있다. 우리도 어떻게 하면 이들처럼 따스한 행복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 미국의 한 사회심리학 교수는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취미활동 시간은 늘이고 행복감과는 거리가 먼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 업무적 만남이나 홀로 있는 시간 등은 줄이라고 권한다.

클로버의 꽃말을 놓고 세 잎은 ‘행복’ 네 잎은 ‘행운’ 다섯 잎은 ‘불운’ 혹은 ‘불행’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이 중에 흔치 않은 네 잎 클로버만 찾으려고 사방에 널려있는 세 잎 클로버는 대부분 지나친다.

손에 넣기 어려운 행운을 잡겠다는 욕심에서이다. 나 자신도 그런 행운을 잡겠다고 정말 중요한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과의 사이에 소소한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번 라스베가스 총격사건은 이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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