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합법적 영주권자도 대규모 재심사 착수

2026-05-18 (월)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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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HS 전담조직 신설
▶ 과거 범죄·허위진술
▶ 수천건 전면 재검토
▶ “영주권도 안심 못해”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합법적 영주권자에 대한 대규모 재심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인들을 비롯한 미국 이민사회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연방 국토안보부(DHS)가 영주권자 재검토 전담 조직까지 신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주권도 더 이상 안전한 신분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입수한 DHS 내부 자료에 따르면 국토안보부는 미국 전역의 영주권자들을 대상으로 과거 이민 신청 기록과 범죄 이력, 허위 진술 여부 등을 다시 심사하는 전담 조직을 운영 중이며, 현재까지 최소 50명의 영주권자를 추방 대상 후보로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치는 이미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취득해 오랫동안 미국에 거주해 온 이민자들까지 다시 검토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7일 기준 약 2,890건의 영주권자 사례가 검토됐거나 현재 심사 중이다. 이 가운데 약 80%는 추가 조치 불필요 판정을 받았지만, 500건 이상은 여전히 재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내부 관계자들은 앞으로 수만 명 규모의 영주권자가 추가 심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재심사를 담당하는 조직은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 내 신설된 전술작전국 산하 부서다. 이 조직에는 영주권자 재심사뿐 아니라 시민권 박탈, 난민 재심사 부서도 포함돼 있다. 내부 이메일에서는 이 조직을 사실상 ‘영주권자 추방 기구’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국가안보 강화와 이민 사기 적발을 위한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설명한다. USCIS 대변인은 심사 대상자 가운데 성범죄, 가정폭력, 음주운전(DUI), 마약 관련 범죄 연루자들이 포함돼 있으며, 일부는 영주권 취득 과정에서 허위 진술이나 사기 행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일부 사례에서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조직 활동을 인정한 정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실제 수치를 보면 행정부의 대대적 재심사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재 공개된 자료상 잠재적 추방 대상으로 분류된 비율은 전체 심사 대상자의 약 2% 수준에 불과하다. 전직 국토안보부 관계자들과 이민 전문가들은 “이미 승인된 영주권자를 대규모로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 행정 집행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USCIS는 이미 심각한 업무 적체 문제를 안고 있다. 연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민 혜택 관련 미처리 신청 건수는 1,100만 건을 넘어섰으며, 2019년 이후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 이민변호사협회(AILA)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를 “과거 어느 행정부보다 공격적인 재심사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기존에는 주로 중범죄나 국가안보 관련 사안이 있을 경우에 한해 영주권 박탈이나 추방 절차가 추진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보다 광범위한 대상에 대한 선제적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는 많은 한인들을 포함한 영주권자들에게 심리적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 오래전에 끝난 줄 알았던 과거 사건, 경미한 범죄 기록, 오래된 이민 서류의 작은 불일치까지 다시 문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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