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인-이것이 문제다

2017-10-11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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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에서 화제가 된 한국인 관광객의 어린이 차량방치 사건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의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자녀방치 자체보다도 수습을 둘러싼 과정에서 보여준 부모들의 그릇된 매너가 코리안의 일반적인 자세인 것처럼 미국인들에게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건의 당사자가 한국의 최고 엘리트라는 사실이다. 현지신문 ‘괌 뉴스’의 이 사건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기사 타이틀이 “차에 어린이를 방치한 부모는 사우스 코리아의 판사와 변호사”다. 판사와 변호사가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느냐, 납득이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들의 피의자 신분 먹샷 사진은 코리안들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한다.

더구나 이들 부부는 6세 아들과 1세의 딸을 차에 방치한 채 45분간이나 쇼핑을 하고서도 경찰관에게는 3분간 자리를 비웠을 뿐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바로 여기서 한국인의 망신이 시작된다. ‘괌 뉴스’에 실린 미국인들의 댓글을 살펴보자. 모간이라는 독자는 “아니 미국 소방서와 경찰이 신고 받은 뒤 3분 만에 달려와 차문을 열고 아이들을 구했단 말인가. 신출귀몰이네”라고 풍자하고 있고, 키도스라는 독자는 “이 부모들은 한국에서 파워를 갖고 있는데 상식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또 라포자라는 독자는 “이들은 2-3년 동안 괌의 감옥에 있어야 정신을 차릴 사람들”이라고 평했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경찰의 구조작업이 늦어져 엉망이었다. 그런데도 이재민들은 경찰관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부터 먼저 하면서 정부가 지시하는 대로 불평 없이 물 배급을 받던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괌에서 자녀를 방치한 부모들이 현장에 달려와 제일 먼저 했어야 할 말은 자녀 구출에 애를 쓴 소방관과 경찰관들에게 “감사합니다. 미안해요” 였어야 했다. 그런데 이들은 3분간 자리를 비웠을 뿐이라고 변명하기에 바빴다. 더구나 그 변명이 거짓말이었으니 불난 데 휘발유 끼얹은 셈이다.

이 사건이 화제가 된 것은 판사와 변호사라는 사람들이 거짓말 한 것이 미국인에게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케이스가 ‘코리안’의 이미지에 먹칠 했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은 미주동포들에게도 사과 했어야 했다. 관광객이기 때문에 미국법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아버지인 변호사 윤 모씨(38)는 미국에서 법을 공부한 사람이다.

그런데 한국의 일류 로펌에서 일하는 이 윤 모씨가 발표한 사과문이 더욱 낯 뜨거워지는 내용이다. “한국 법조계에 오점을 남긴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잘못은 내가 했는데 포커스가 아내에게 기울어져 괴롭다. 제 아내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아내가 아이들을 차 안에 두고 한가하게 쇼핑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국민들에게 사과하기보다 판사인 아내가 징계 받을까봐 변명하기에 급급한 기색이 역력하다. 변호사와 판사라면 한국에서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지도층의 사람들 사고방식이 이 모양이니 한국의 정치판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지도자들이 사과할 줄 모르고 감사할 줄 모른다. 그저 자기 합리화와 자기변명이다.

괌 어린이 방치사건은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미주한인들에게도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미국에서 살려면 정직해야 한다. “코리안 아메리칸은 정직하다”는 소문만 나면 한국인 미국이민은 대성공이다. 이는 이민1세가 2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기도 하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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