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한과 북한- 이것이 다르다

2017-09-13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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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여행해보면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10여년 전인 김정일 정권 시절로 북한이 막 핵개발을 서두르고 있을 때다. 만나는 사람마다 입에 달고 있는 인사가 ‘통일’이란 단어다. 우리 같으면 헤어질 때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라든가 “건강 하십시오” 등인데 북한인들은 “통일의 그날까지 건강 하십시오” “어서 통일이 되어 다시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통일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등등 통일을 언급하는 인사가 끝이 없다.

북한이 장악하고 있는 판문점의 판문각 뒤에는 “김일성”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직사각형의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이 글자는 김일성의 사인을 그대로 확대시킨 것이다. 그 비석 밑에는 그의 최후가 통일과 연결되어 있다는 내용의 글이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다. “조선 통일성업을 이룩하기 위한 력사적 문건에 생애의 마지막 친필존함을 남기신 경애하는 김일성 주석의 애국애족의 숭고한 뜻 후손 만대에 전해가리”- 김일성은 마지막까지도 통일에 관한 문서에 사인을 하다가 고개를 떨군 채 숨을 거뒀다는 것이 판문점 북한 안내장교의 설명이다.

여기를 가도 “통일” 저기를 가도 “통일”이다. 평양시내 거리에도 “위대하신 수령님을 받들어 통일로 매진하자” 등의 현수막이 수두룩하고 퍼레이드에서도 으레 “통일”이라는 카드섹션이 먼저 등장한다.


묘향산 김일성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내가 그곳 안내원과 잡담을 나누다가 이렇게 물었다.

“북한 사람들은 말끝마다 통일, 통일하는데 어떻게 통일된다는 거요? 무력으로 남한으로 밀고 내려오겠다는 거요 뭐요?” 했더니 안내원 왈 “아이고 무력으로 어떻게 통일 합니까. 평화적으로 저절로 통일이 되게 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저절로 된다구요? 그건 더 궁금하네”라고 말했더니 그의 대답이 기가 막히다. “남한은 썩었시요. 온통 부패 했시요. 빈부의 차이가 심해 저절로 무너집니다. 인민들이 들고 일어나 부패세력을 타도하게 되어 있시요. 그때 저절로 통일되기 마련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벌이지고 있는 사드문제 등 안보를 둘러싼 국력 소모전을 보고 있노라면 묘향산 김일성 기념관의 안내원 말이 자꾸 생각난다. 북한의 목표는 전쟁 없이 한국을 그대로 점령하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전력을 쏟는 이유는 미국을 위협하여 주한미군 철수를 얻어낸 다음 한국정부와 단둘이 한반도 문제를 결판내기 위해서이다. 이는 김정일이 살아생전 밝힌 통일정책이다.

한국은 온통 부패와 이기주의로 가득 차있다. 나라가 백척간두에 섰는데도 나와는 관계없다는 표정들이다. 위기가 닥쳤는데도 위기로 생각하지 않는 자세가 진짜 한국의 위기다. LA타임스는 위기에 관한 한국인들의 이같은 시큰둥한 반응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지난주 보도 했었다. 한국은 경제만 발전했지 나라가 개판이다. 만사를 삐딱하게 보며 애국을 부르짖는 사람은 적폐세력 동조자로 간주한다.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가 모두가 군사력 증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국은 병력을 줄이고 복무기간을 단축시키는 등 혼자만 평화 나팔수다.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의 ‘독일 국민에 고함’은 애국의 교과서처럼 되어있다. “독일이 왜 패했는가. 군대가 약해서가 아니다. 독일인 모두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이기심에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라고 열변을 토했었다. 한국이 지금 꼭 그런 상태다. 정신무장에서 남한과 북한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여 전쟁하기도 전에 항복한 것 같은 모습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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