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움직이는 세상의 경계선

2017-08-11 (금) 12:00:00 박소영(세종한국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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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상담을 시작으로 아침부터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옳고, 그름의 경계선이 흐려져 버린 요즘 세상에서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편협한 차별주의자가 되기 십상이다. 내 스스로의 지론과 사상은 확고하지만 그 누구와도 편하게 마음 터놓고 내 생각을 쏟아내기란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틀림을 다름이라 표현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지금 우리는 ‘쿨’이란 일컬음으로 서로를 개의치 않고 살아간다.

물론 한쪽으로는 너무 치우쳐 이것 아니면 다 틀렸다는 발상 또한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이지만, 요즘 사회가 돌아가는것을 보다 보면 어찌나 마음이 넓고 포용력이 넓은지… 빠르게 변화되어가는 세상에 발맞춰 적응해 가기도 벅차다. 쏟아져 나오는 신 문명들과 정보들, 내가 따라잡지도 못할 새라 멀어져 가고 또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

컴퓨터 기기를 쓰면서 더 좋은 프로그램을 깔고 또 업데이트를 한다. 그렇게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다 보면 어느날 갑자기 이도 저도 안되는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든 프로그램을 지우고 초기화를 한다. 초기화!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스템이 아닐까?


전화번호 하나 외울 필요도, 이제는 외워지지도 않는 바보가 되어 점점 인간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고, 남자와 여자의 구분도 없고, 성적이 인격보다 중요하며, 자연의 섭리도 필요 없는 신격화된 인간은 모든 걸 만들어 낼 수 있다. 인간마저도 만들어내는 이 세상에 무엇이 힘들겠는가.

우리는 저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며 어떤 경험과 얼마나 큰 꿈과 마음을 품게 해 줄 것인가? 나는 교육자다. 나는 예술인이다. 나는 종교인이고, 여자다. 내 경험과 사상, 지론이 하나가 되지 못하는 이질감과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없는 요즘이 나에게는 쉽지 않다.

그들에게 어떤 지표와 어떤 고민을 넘겨 줄 것인가. 마치 사탕 하나에 울음을 그치는 아이처럼 눈앞의 것을 껴안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무엇이 참 기쁘고, 무엇이 참 슬픈가. 끝없는 발전과 끝없이 다른 곳을 찾아다니는 게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욕심이자 삶이라고 이해하고 계속하기엔 이면에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이 너무나 크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우리는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은 고민으로 다퉈야 한다.

당신은 무슨 생각으로 이 세상을 살고 있는가?

<박소영(세종한국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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