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마무리를 해야 할 때
2017-07-29 (토) 01:14:09
장은주(화가)
우리 주변엔 항상 무엇인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 있다. 공산주의를 만들어서 인간을 공평하게 살게 하고자 한 오류를 범할 필요도 없이, 신은 이미 우리를 모두 공평하게 만드셨다. 그것은 우리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변해가고 늙어가고 죽을 때를 누구라도 피할 순 없다. 태어날 때가 있었으니 반드시 죽을 때가 온다.
오늘 아침 바람은 무언가에 토라진 듯 쌀쌀하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더울 때도 있고 추울 때도 있다. 벌써 여기저기는 이미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봄이 익어갈 무렵 머뭇거리며 여성의 창에 글을 쓰던 일도 마무리 할 때가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보이지 않는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여성의 창에 글을 쓰면서 나는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나를 위로해주고 북돋아주는 무언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며 나는 항상 나를 표현하는 삶을 살아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알지 못하는 대중에게 나의 글을 보인다는 것은 그림보다는 훨씬 더 직접적으로 소통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글에 비하면 그림은 베일을 쓰고 나타나는 신부와 같다. 글 쓰는 일도 참 매력 있는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음악은 어떠한가! 음악은 더욱이 사람의 마음을 가꾸어준다. 나는 음악소리가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선들의 움직임을 통해... 그러나 음악은 음악이고 그림은 그림이었다. 나는 악기를 하나도 연주할 수 없다. 사람들에게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리고 그것을 믿으면서도 내가 해보지 않은 분야에 대해 나는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언젠가는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원시인들의 유희본능은 오늘 우리 현대인에게는 예술의지이다. 바쁜 일상 가운데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을 찾아 잠시 시간을 머무르게 할 수 있을까?여성의 창을 마무리하면서 부족한 글을 실어주신 한국일보 가족 여러분들과 읽어 주신 분들께 진정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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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주(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