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머리로 살지 말고 가슴으로 살자

2017-05-24 (수) 정용진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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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학의 본산인 성균관 명륜당에 가보면 ‘일월양윤 천지안 시서만권 성현심(日月兩輪 天地眼 詩書萬卷 聖賢心)이란 현판이 걸려있다. 해와 달의 두 바퀴는 하늘과 땅의 눈이요. 시서만권의 책 속에 성현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뜻이다.

하늘의 해와 달이 주야를 밝혀주듯 인간에게도 두 눈이 있어 세상 사물을 바로 보고 책을 읽고 온갖 지혜를 얻는다, 일신천금이면 일월이 구백냥(一身千金 日月 九百兩)이란 말이 있다. 몸값이 천 냥이면 눈 값이 구백 냥이란 뜻으로 눈의 소중함을 이른 말이다.

철인 칸트는 ‘하늘에는 빛나는 별이 있고 내 가슴 속에는 반짝이는 도덕률이 있다’고 설파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은 총명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지녔기 때문이다. 머리에는 총명과 인지(認知)와 웅략이 함께하고 있고, 가슴 속에는 사랑과 도량과 이해력이 숨어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인이 탄생한 것은 당시 사회 풍조가 힘든 노동은 노예들에게 맞기고, 귀족들은 명상과 사색을 즐긴 덕분이었다. 귀중한 철학과 문학이 그들에 사고에 의하여 탄생된 것이다.

인간이 같은 인간을 차별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인간에게는 사색인과 행동인의 분별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누어져 진보 발전한 것이다.

인간을 사고인(思考人)과 행동인(行動人) 그리고 기능인으로 나누게 된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예부터 산이 높아야 골이 깊고 물이 깊어야 고기가 모인다고 하였다. 그러나 인간이 매사에 너무 따지고 살피면 벗이 없고,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고 하였다.

고대 사회에서는 임금과 스승과 어버이를 존경하는 율법이 엄격하여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계율이 있었다. 바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이다.

현대 사회는 세분화 되면서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헤어져 사는 사회가 되었다. 서로 개성이 존중되고 삶의 모습이 독립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하여 늙은 부모들이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독거노인까지 발생하여 자식 대신 국가나 사회가 노인을 보호하는 시대가 되었다.

나이 들어서 국가의 보호를 받으려면 젊어서 일할 때 국가에 세금을 많이 납부하여야 한다. 젊어서 번 돈은 내 곳간에 쌓아 놓고 재산은 자식들의 명의로 변경하고 웰페어를 받아 생활하는 노인들을 볼 때 심히 마음이 아프다.


국가는 국민들의 울타리인데 국고가 고갈되면 결국은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국민들은 고통을 받게 된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은 국민들의 땀과 정성이 없이는 결코 이룩할 수 없는 것이 역사의 진리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새 대통령을 뽑았다. 대통령을 잘 보필하여 한국민들의 염원인 조국 통일을 이룩하고 모든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었으면 한다. 새 대통령이 개혁과 통합을 주장하지 않는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이 날이 함께하는 소중한 달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했다. 가정이 평안해야 만사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는 가정의 달을 보내며 부모와 스승을 존경하고 슬하의 자녀들을 사랑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자.

언제나 행복의 파랑새는 우리의 문 앞에서 노래하고 있다.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첩경은 명철한 머리와 총명한 지혜보다 따뜻한 가슴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에 있다.

<정용진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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