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간절한 자만이 세상을 바꾼다

2017-05-16 (화) 김동찬 /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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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만주지역에는 고구려와 발해 멸망 후 거란의 지배 하에서 설움을 받던 여진족이 있었다. 혹자는 이들이 고구려의 ‘려’ 자와 진(발해) 나라의 후손이라는 뜻으로 ‘려진’이라고 불렸는데 이후 조선과 명국이 낮춰서 기록하면서 ‘麗’를 ‘女’자로 해서 기록했다고도 한다.

이들을 우린 그저 북방 오랑캐로 알고 있는데 요즘 학자들이 연구를 하다 보니 이들이 세운 금(金)나라를 김 씨의 나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나라를 세운 아구다의 성을 무덤에는 ‘金’으로 표기했다고 한다.

금나라는 만주의 팔리성 전투에서 1만의 병력으로 10만의 요나라(거란) 군을 전멸시켰다. 또한 여세를 몰아 70만의 정예 요나라 군대를 물리치고 만주를 차지하고 바로 남쪽의 송나라 수도를 점령하고 중원의 패자가 되었다.


이후 몽골이 세운 원나라에 굴복하고 이어 한족이 세운 명나라의 지배를 받았고 자주 조선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계속해서 조선에게 영토를 빼앗겼다. 이 시기 아이신(쇠, 金) 게오로(겨레) 누르하치라는 인물이 나타났다.

당시 명은 몽골을 견제하기 위해서 여진족이 필요했지만, 강력한 여진족은 명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한편 달래고 한편 서로 분리시키는, 여진족에 대한 이이제이(오랑캐로 오랑캐를 친다)전략을 구사했다. 1616년 누르하치는 당시 분열된 여진족 중 가장 나약하고 명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건주여진 추장이었다. 당시 여진은 야인여진, 해서여진, 건주여진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그러나 누르하치는 여진족을 통일하여 후금을 세우고 스스로 칸(대추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아들 홍타이지가 1636년 중원을 장악하고 대청국(大淸國)으로 나라 이름을 바꾸었다. 이때 여진족은 50만의 인구로 1억5,000만이 넘는 명나라를 멸망시켰다. 일당 300이다.

과연 이게 가능했을까?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영원히 명나라의 노예로 살면서 동족끼리 서로 죽이다 멸망할 것인지 아니면 죽기 살기로 명을 치고 아이신 게오로(무쇠, 겨레)의 미래를 새롭게 개척할 것인지 누르하치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명을 위해서 출병했다가 자기 눈앞에서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명군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그는 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죽음의 대가를 무역권으로 보상 받았다. 그리고 기회를 기다리며 칼을 갈았다. 그리고 조선에서 발생한 임진왜란으로 조선과 명나라가 휘청거리는 틈에 부족을 통일하고 마침내 칼을 빼 들어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원한을 갚고 세상을 변화 시켰다.

외세에 의해서 분단된 한반도, 20세기 가장 참혹한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고도 전 세계에서 군사력이 가장 밀집 배치된 전선 아래 70년 세월을 바라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는 전 세계가 두려워하는 가장 강력한 대국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매년 봄이면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다. 특히 2017년 상반기 대통령이 없던 대한민국의 운명은 민족멸망의 풍전등화였다.

결론은 하나다. 분단문제를 해결해야 한국의 미래가 새롭게 열리는 것이다. 누르하치는 그 누구의 외세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부족을 통일했다. 그리고 비록 얼마 안 되는 50만의 힘과 지혜로 세계에서 가장 큰 ‘강철(金) 겨레(族)’의 제국을 건설했다.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간절함이 그들을 움직였다.

<김동찬 / 시민참여센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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