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사랑받고 싶은 욕구만큼이나 간절한 인간의 기본욕구다. 공부 잘 해서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자녀, 가족들에게 인정 받기위해 열심히 일하는 가장, 거울 앞에서 설렘으로 꽃단장을 하는 여인들,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고된 훈련도 감수하는 선수들,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이들.
이처럼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분명 삶의 동기부여이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정도가 지나쳐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 때다.
‘인정 중독자’란 타인의 시선과 감정에 지나치게 민감하며 타인에게 인정받을 때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타인에게 인정받을 때 삶 전체가 행복하고 의미 있다고 느끼고, 반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자신은 불행하고 살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
항상 웃는 얼굴과 좋은 표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압하고 포기하며 살아간다. 즉 자신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삶이 아니라 타인이 좋다고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기는데 많은 시간과 물질을 소비하기도 하며 “와! 정말 대단해”라는 다른 사람들의 칭찬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혹 다른 사람들이 고맙다는 말을 잊거나 특별한 날을 챙겨주지 않으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분노하며 섭섭해 하고 우울해 한다.
이들은 타인의 인정을 받더라도 자신의 욕구를 희생하고 억제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타인의 인정이 없을 경우 분노하며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신체로도 이어져 만성 피로, 무기력증, 소화불량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인정중독의 원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부모자녀 간의 애착관계 형성과 부모의 양육태도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가 공부를 잘 했을 때나 부모 마음에 드는 행동을 했을 때에만 웃어 보이고 칭찬을 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냉담한 표정으로 쌀쌀맞게 대하면 아이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며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끼게 된다.
또한 칭찬과 격려에 인색한 부모, 자녀 편이 되기보다는 매사에 원리원칙과 옳고 그름을 따지는 냉담한 부모, 또는 “~하면 사랑해”라는 조건부 사랑을 보여주는 부모의 양육태도를 통해 인정중독은 학습 된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는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늘 부모와 타인의 시선을 살핀다. 공부 잘 하고, 성격 좋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모범생이나 명문대 출신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의 경우 인정중독 잠재인자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정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는 자신이 인정중독이라는 것을 깨닫고 내면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고 반응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감을 회복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럴 때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인정해 주는 대상이 없어도 하는 일 자체에 의미와 기쁨을 느끼게 된다. 행복의 주체가 타인의 시선에서 내면의 존재감으로 옮겨질 때 비로소 우리는 마음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어떤 이의 말이 오래 마음을 때린다. “인정받아야 행복한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에 저당 잡힌 인생을 사는 것”. 나의 소중한 삶이 남에게 저당 잡혀 그로 인해 나의 행복이 좌지우지 된다면 참 억울하다. ‘내 삶의 주인은 나’. 참으로 당연한 이 한 마디가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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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이 / 심리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