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백세시대
2017-04-29 (토) 07:23:19
김희원(버클리문학회원)
한동안 백세인생이란 노래가 크게 유행했었다. 노래는 “육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로 시작한다. 특정한 시기에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따라부르는 노래가 유행가이므로 노래의 가사는 이 시대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정부에서 정하는 청년 기준 나이도 점점 높아져 지금은 보통 39세까지를 청년으로 본다고 한다. 그러나 외모와 건강만으로 구분하면 누군가의 인생 구분법처럼 18세에서 65세까지를 청년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그렇다면 아직 60세도 되지 않은 나는 청년이다.
다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청년이 되자, 나는 맨 먼저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주변에서 늦게 시작한 그림임에도 화가 못지않게 그림 그리는 사람을 보면 부러웠기 때문이다. 마침 어느 교회의 열린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유화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미술엔 젬병이라 의욕만 있을 뿐, 학창시절 가장 못했던 미술 과목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얼마 못가 포기하였다.
다음으로 시작한 것은 문학 공부였다. 나는 고등학교 때 국어 과목을 제일 좋아하고 잘했을 뿐더러 시암송을 좋아해서 백 편이 넘는 시를 외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막연하게 시인이 되고 싶은 꿈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미술 공부를 접고 나니 그래도 좋아하고 잘했던 것을 시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마침 한국에서 오신 시인 겸 국문과 교수가 진행하는 문학 강좌를 알게 되었고, 일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며 습작하였다. 그러나 교수님으로부터 번번이 혹평을 듣고 나니 이 길도 내 길이 아닌 것 같았다. 창작에 대한 스트레스로 병을 얻기 전에 포기할까 고민하던 중에 일본 시인 시바타 도요의 시집을 읽게 되었다.
시바타 도요는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해 93세에 시집 “약해지지마”를 출간하였고, 100세까지 시를 썼다. 그녀는 시집에서 구십이 넘은 나이지만 아직도 꿈을 꾼다며 약해지지 말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녀의 시집을 읽으며, 겨우 시작한 지 일년만에 글공부를 포기하려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왕에 시작한 글공부인데 좀 더 열심히 하자고 용기를 내게 되었다. 때마침, 격려하듯 ‘여성의 창’의 필진으로 택해 주셔서 졸필이나마 3개월 동안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신 한국일보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김희원(버클리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