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는 서울에 나타난 괴물과 자신의 연광성을 믿는다.
희한한 공상과학 드라마이자 코미디이긴 하지만 장르를 구분할 수 없게끔 온갖 스타일을 혼성한 독특한 영화다. 영화에 나와 서울을 유린하는 고질라(또는 용가리)처럼 상상을 초월한 기발난 아이디어의 작품으로 궁극적인 결론은 여성 파워의 얘기다.
여자가 아직도 남자의 종속물처럼 취급 받고 있는 세상에서 겉으로는 약하고 얌전해 보이는 여자가 남자들의 주인 노릇을 참고 참다가 마침내 이에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독립을 찾는 얘기다.
왜 고질라가 서울에 나타났는지는 잘 모르겠으나(한국의 남성 위주 사회 관습 때문일까) 이 고질라는 분명히 주인공 여자의 심리와 행동을 상징하고 은유하고 있는데 진지하고 심각한 주제를 지녔으면서도 감독은 보는 사람이 너무 심각하구나 하고 생각할 때면 이를 재치 있게 거의 터무니없는 코미디로 뒤집어 놓는다.
뉴욕에서 애인 팀(댄 스티븐스)과 동거하는 글로리아(앤 해사웨이)는 실직한 인터넷 잡지 기자. 술과 자기가 이름도 모르는 친구(?)와의 파티로 날을 보내다가 팀으로부터 쫓겨나 뉴욕주의 작은 마을에 부모가 남겨준 집으로 이사한다.
여기서 글로리아는 동네 바를 경영하는 학교 동창생 오스카(제이슨 수데이키스)를 만난다. 사람 좋은 오스카는 글로리아를 바의 웨이트리스로 고용하고 또 TV를 비롯해 온갖 가구를 거저 준다.
그런데 서울에 거대한 고질라가 나타나 건물들이 파괴되고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로 퍼진다. 영화는 처음에 밤에 서울에서 한 소녀가 어머니와 함께 잃어버린 인형을 찾는데 고질라가 나타나는 것으로 시작, 그로부터 25년 후의 얘기로 이어진다.
고질라 출현을 TV로 보던 글로리아는 자기와 고질라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처음에는 괴물로 취급받던 고질라가 자기에 도전하는 로봇이 나타나면서 두 괴물 간에 치열한 격투가 벌어진다.
여성들이 박수를 칠 ‘여성 파워 만세’ 영화로 해사웨이가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친절을 베풀면서 그 대가로 사랑이나 섹스를 요구하는 남자들에게 짓눌려 살던 연약한 여자에서 과감히 자립하는 여자의 모습을 깊고 민감하고 힘차고 아름답게 연기한다. 수데이키스의 연기도 좋다.
스페인의 나초 비가론도 감독. PG-13. 랜드마크(피코&웨스트우드) 아크라이트(선셋&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