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출 기구 전문가회의 공식 발표… “적들 위협에도 결정 주저않아”
▶ IRGC·안보수장, 즉각 지지선언…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국제유가 폭등

9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테헤란 도심의 스크린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이 띄워진 모습 [로이터]
이란 전문가회의가 사망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56)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8일(현지시간) 선출했다.
하메네이 후계자 공식 발표는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에 하메네이가 숨진 지 8일 만이다.
AP·AFP·로이터통신 등을 종합하면 전문가회의는 이날 이란 국영 매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임시 회의에서 존경하는 전문가회의 대표들의 결정적인 투표를 바탕으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신성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제3대 지도자로 선출 및 소개했다"고 밝혔다.
전문가회의는 "긴박한 전쟁 상황과 적들의 직접적인 위협에도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았다"며 "신중하고 포괄적인" 심의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란 국영 TV는 모즈타바가 "압도적인 찬성표"로 선출됐다는 성명을 낭독하며 국민들에게 그를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또 테헤란 도심에서 시민들이 새 최고지도자 선출을 축하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는 이제 이란 국정 전반에 걸쳐 최종 결정권을 보유한다.
군부 실세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총사령관직을 수행하며, 본인 결단에 따라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에 대한 통제권도 갖는다.
혁명수비대는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직후 새 지도자에 충성을 바치겠다며 '완전한 복종'을 선언했다.
이란 안보 수장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새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촉구하며 모즈타바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이란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텔레그램에 '축복받은 이슬람 혁명 지도자'라는 문구와 함께 모즈타바의 초상화를 공유했다.
이란의 주요 대리 세력으로 꼽히는 예멘 후티 반군도 텔레그램에 발표한 성명에서 모즈타바의 선출을 환영하며, 이번 결정이 이란의 적들에게 "강력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메네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폭사한 이후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기구인 88인 전문가회의가 소집돼 후계 구도를 논의해왔다.
1969년생으로 현재 56세인 모즈타바는 하메네이의 여섯 자녀 중 둘째 아들로,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은 막후 실세 인사다.
그는 부친이 혁명 운동가로 성장하고 권력을 쥐는 과정을 옆에서 고스란히 지켜봤으며, 혁명수비대 복무와 신학교 수학 등을 거치면서 인맥을 쌓았다.
공직을 맡은 적도 없고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으나, 혁명수비대와 정보기관 내 영향력이 막강해 오랫동안 후계자 후보로 거론됐다.
다만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세습 통치를 종식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에서 최고지도자를 세습한 것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하메네이는 2024년 이란 전문가회의가 최고지도자 승계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을 때 아들이 후계자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모즈타바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는 보도는 지난 3일부터 나왔으나,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위협에 하메네이 후계자 최종 결정과 발표를 보안 우려로 미뤄왔다.
미국은 아직 이란의 최고지도자 선출에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모즈타바의 선출은 미국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들은 예상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의 후계 구도에 자신이 관여해야 한다면서 "하메네이의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강경파인 혁명수비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이들의 지지를 받은 모즈타바를 선택하면서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강경파가 여전히 권력을 장악 중이라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강경한 저항을 이어가고, 미국과 이스라엘도 대이란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어 전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불거진다.
밤사이 공습이 이어지고 하메네이 승계자 발표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하는 가운데 이날 국제유가는 2022년 7월 이후 처음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시간 기준 이날 오전 7시께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