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신문화 회복이 필요한 때
2017-04-01 (토) 08:22:07
서병선/성악가
20여 년 전 오페라에서 가장 큰 열광이 쏟아지는 High CHigh C의 왕 파바로티 연주에 참석한 일이 있다. 푸치니 오페라 라 보헴에서 테너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의 High C를 화려하고 큰 소리로 길게 끄니 극장은 삽시간에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오페라의 목적인 자극적 쾌락과 흥분이 극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이 자극적 쾌락과 흥분이 인간의 정서에 과연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자극과 흥분은 인간의 정서를 더욱 자극시키므로 정서를 해칠 수밖에 없다. High C는 자장가를 부르듯 부르는 온유한 소리도 아니고, 발악을 해야만 나오는 울부짖는 가장 야만적인 소리다.
파바로티는 자기 활동을 평생토록 헌신적으로 돕고 5자식을 양육시켜온 자기 부인을 버리고 25세 여비서와 동거하여 사생아를 낳았다. 그는 인륜을 배반한 간음자다. 간음자의 노래에 박수를 보내고 간음자의 노래를 즐기는 일은 도덕의 파괴행위이다.
모든 예술은 연주자의 아름다운 인격을 통해서만 청중들에게 감동 감화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오페라는 연주자의 인격이 난폭하고 잔인할지라도 크고 화려한 소리를 잘 내면 위대한 오페라가수로 군림하므로 예술창조의 원리를 배반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이와 같은 오페라가 지금 온 세상을 압도해오고 있다.
이 같은 오페라의 열기가 온 한국 땅을 휩쓸어 오고 있다. 오페라가 뿜어낸 격정, 난폭, 저주, 간음, 잔인 등 악의 기운은 온 한국 땅위에 안개와 같이 자욱하여 가치관과 도덕관이 무너지고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나라의 정치, 재계의 지도자들을 비롯 전직 대통령까지 차례로 구속되고 하는 것은 모두 온 나라의 정서가 메마르고 문화의 정신적 황폐함이 가져다 준 결과다. 이러한 불행의 책임은 문화, 예술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오페라의 해악이 큰 나라가 지금 한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음악회가 홍수를 이루어도 정신문화 부재현상을 보이고 온 나라가 부패에 물들어 오늘과 같은 불행한 사태를 맞고 있다.
정신문화에 역행하는 반문화행위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계는 크게 각성하고 음악인들은 본래의 사명으로 돌아가 건전한 음악으로 순수한 정신문화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황폐해진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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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선/성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