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복지법 후폭풍… 메디케이드 대거 탈락 우려

2026-03-31 (화)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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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요건·심사 강화로
▶ 각 주정부 비용 급증
▶ 민간 업체들만 ‘특수’

▶ “750만명 무보험 전락”
▶ 취약층 생계기반 흔들

트럼프 복지법 후폭풍… 메디케이드 대거 탈락 우려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이 지난해 OBBBA 법안에 서명하는 모습.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 지난해 연방의회를 통과한 대규모 세금·지출 법안(일명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본격 시행되면서 미국의 사회안전망 전반에 걸쳐 거센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다고 CBS 뉴스가 30일 보도했다.

각 주정부는 메디케이드와 식료 지원 프로그램(SNAP) 개편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으며, 동시에 수백만 명의 저소득층이 의료보험과 생계 지원에서 탈락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CBS에 따르면 특히 자격 심사 강화와 근로 요건 도입으로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정부들 시스템 개편 전쟁


이번 법 시행으로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주정부의 행정 비용 급증이다. 최근 보건 정책 전문 매체 KFF 헬스뉴스 조사에 따르면 각 주는 연방 기준에 맞춰 메디케이드 자격 심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이를 위해 민간 컨설팅 및 IT 기업에 대규모 계약을 발주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딜로이트, 액센추어, 옵텀 등이 주요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저소득층의 의료·식료 지원 자격을 판별하는 전산 시스템 설계와 운영을 맡고 있다. KFF 헬스뉴스 조사에 따르면, 단 5개 주에서만 관련 시스템 개편 비용이 최소 4,56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스콘신주는 메디케이드 근로 요건 관련 시스템 개편에 약 600만 달러, SNAP 관련 변경에 420만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아이오와주는 최소 2,000만 달러, 일리노이는 1,2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켄터키주는 법안 통과 직후 ‘긴급 프로젝트’로 분류해 즉각 시스템 개편에 착수했으며, 일부 SNAP 규정은 거의 즉시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늘고 대상자는 줄어

이번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비용을 들여 대상자를 줄이는 구조’라는 점이다. 주정부는 시스템 구축과 개편에 수천만 달러를 투입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메디케이드 대상자를 줄여 더 큰 재정 절감을 노린다. 실제로 위스콘신주는 약 6만3,000명이 보험을 잃을 경우 연간 5억3,00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아이오와 역시 약 3만2,000명이 탈락할 경우 1억8,3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즉, 초기 행정 비용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복지 지출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접근이 “취약계층을 희생시켜 재정을 맞추는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가장 큰 파장은 건강보험 상실 문제다. 연방 의회예산국(CBO)은 이번 법 시행으로 인해 2034년까지 약 750만 명이 무보험 상태에 놓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근로 요건 도입이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약 1,850만 명의 성인이 새로운 규정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행정 절차를 충족하지 못해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식료 지원도 크게 축소된다. 약 240만 명이 SNAP 혜택을 잃게 되며, 특히 재향군인, 노숙인, 위탁가정 출신 청년 등 기존에 예외를 인정받던 계층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월 80시간 증명 의무

이번 법안의 핵심은 메디케이드 수급 조건에 ‘근로 요건’을 도입한 것이다. 이는 1965년 메디케이드 제도 도입 이후 처음 있는 변화다. 새 규정에 따르면 일부 성인은 매달 최소 80시간의 근로 또는 교육·봉사 활동을 증명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의료보험이 중단된다.

일선 의료기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오와 지역 한 보건센터 관계자는 “수천만 달러를 들여 시스템을 바꾸면서 정작 저소득층을 의료에서 배제하는 정책은 아무런 이익이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법안은 주정부 재정 부담 증가와 민간업체 수익 확대라는 구조 속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의료·생계 안전망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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