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엾은 김정남
2017-02-24 (금) 09:10:16
추재옥/의사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오전 9시경 얼굴에 독극물 스프레이 피습을 받고 11시경 사망했다. 그가 숨질 때까지 2시간 동안 일어난 의학적인 측면만 간단히 고찰해본다.
공항 CCTV 화면을 보면 어느 여인이 갑자기 수건으로 얼굴을 뒤에서 덮친다. 그는 약간 어지럽고 아프다면서 데스크에 도움을 요청한다. 김정남은 두 사람의 경호원을 따라 걸어서 의무실로 향한다. 그때까지도 살아있었다.
스프레이는 독침이나 주사와는 달라서 흡수가 대단히 느리다. 그러나 독극물은 이미 호홉기 점막을 쑤시며 흡수되고 있었다. 그는 의무실 의자에 비스듬히 방치된 체 의식을 잃어간다. 독극물이 서서히 중추신경을 파고 들어가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산소마스크는 보이지 않는다. 혈관주사도 맞지 않았다. 중추마비가 오기 전 호홉 기도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기도삽입(Endotracheal Intubation) 조차 없다. 독소 제거방법은 산소를 공급하고 탄산가스를 내보내는 호홉과정에서 독성을 희석시켜 공기중으로 흔적 없이 다 날려 보낸다. 또는 혈관주사를 통해 심장기능을 보완하고 제독제 투입으로 독약을 콩팥으로 걸러낸다.
만약 독사에 손이 물렸을 경우에는 독이 더 퍼지기 전에 윗부분을 동여 메고 차단시킨 후 계속 물로 독소를 씻어내어 중화시킨다. 심지어는 손가락 절단까지 감행한다.
김정남의 경우 그 당시 차라리 수돗물로 코와 입 안을 깨끗이 거글을 하던가 아니면 위세척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매우 아쉽다.
만약 앰블런스를 이용해 병원으로 빨리 이송되었다면 뇌를 보호하기 위한 고농축산소, 혈관속의 독물 제거를 위해 전체 혈액을 다 교환해내는 등 다양한 생명보조장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백두혈통 왕자든, 구걸하는 거지든 관계없다. 인간은 누구나 응급시 최고 의술의 도움을 즉각 받으면 생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김정남의 경우 독극물이 더 깊숙이 퍼지기 전에 빨리 서둘렀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객사하다니 불쌍하기 짝이 없다. 미국에선 malpractice 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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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옥/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