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험대에 오른 국제학교

2017-02-10 (금) 12:00:00 장수정/한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크게 작게

▶ 커네티컷 칼럼

흔히 '국제학교(international school)'라고 하면 많은 동포들은 미국학교를 한국에서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국제학교는 현재 제주특별법에 의해 ‘영리법인’이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제주도에 설립할 수 있는 ‘내국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국내학력’ 인정학교이다. 즉, 제주 국제학교는 기존의 외국인학교와는 전혀 다른 제도이다. 이 양자 간의 차이점은 본고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하자.

어쨌든 제주 국제학교의 특징은 일정 수준의 영어 학습 능력을 인정받아 입학시험에 합격하면 내국인이 제한 없이 입학할 수 있으며 국사, 사회 과목 등을 일정 시간 가르치기만 하면 교육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아도 국내 학력이 인정된다는 점이다.

제주 국제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교사 자격증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더욱 과감한 것은 미국에서도 극히 드문 (일부 차터스쿨 제외), ‘영리기업’이 K-12 즉, 초•중•고 학교 설립자가 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동포들이 흔히 알고 있던 한국 교육의 한계(?)를 뛰어 넘은 학교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이러한 특례 때문에 연간 4-5만 달러를 상회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조기 유학을 꿈꾸는 국내 고소득 가정의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그런데 제주교육청이 설립한 KIS제주를 제외한 영리기업에 의해 설립된 나머지 제주 국제학교들은 아직도 국제교육기관으로서 좀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2012년 영리기업에 의한 첫 학교가 등장한 이래로 영국, 캐나다, 미국 등의 브랜드를 건 학교들이 잇따라 제주에 설립되었거나 설립 중에 있지만, 이 학교들을 운영하는 영리법인 ㈜해울은 아직도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학교를 통해 돈을 많이 벌겠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반드시 비난 받을 필요는 없다.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은 영리기업들에 의해 설립되어 실제로 기업 못지않은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제주특별법까지 만들어 영리기업의 K-12 학교 설립을 허용하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도 영리법인에게 K-12의 설립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나온다. 주주(principles)의 가치와 교육수요자의 가치가 일치 하지 않을 때는 교육수요자의 가치를 우선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투자한 주주는 무엇보다 수익성을 우선하게 되고 학교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면 부정적인 면이 드러나게 된다. 공석이 생기기 무섭게 학생을 채워 넣거나 등록금을 받은 후 이를 돌려주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상급학교 진학 결과 등 학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정보를 왜곡하게 된다.

실제로 국외에 있는 본교와는 아무런 법적 관계가 없으면서도 마치 본교와 동등한 자격을 취득하는 것처럼 허위로 홍보하거나 본교의 랭킹과 국제학교는 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랭킹을 과대 포장해서 마치 그 학교 이름을 딴 국제학교도 그에 준하는 수준을 가진 것처럼 기만하는 사례도 있었다.

학교란 국제학교든 뭐든 학생과 학부모의 이익 이외의 다른 이익을 위해 존재할 수 없다. 학교 설립이 개발사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학교의 모든 의사결정은 학생의 전인적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적에 최우선적으로 부합되어야 한다. 주주의 이득이 100% 교육수요자들의 이득과 일치할 수 없다면 교육수요자의 이득에 어떻게 충실한 것인가에 대한 대안 없이 영리기업이 학교를 운영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 이 과감한 국제학교 실험은 현재 한국 교육이 그간 쌓아 온 교육적 가치에 부응할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겠다.

<장수정/한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