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최순실 게이트 이후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여부 결정을 앞두고 특검의 비리 혐의 관련자 조사 및 기소 등으로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매주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촛불시위와 이를 결사반대하는 시민들의 태극기 시위가 뜨겁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이곳 미국에서도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 불붙기 시작했다.
이 모든 현실을 지켜보는 심정이 매우 착잡하다. 한국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우려 반 기대 반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하루속히 법과 원칙에 따라 모든 결과가 공정하게 나오기를 고대할 뿐이다.
이런 현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즉시 자신이 부르짖던 계획들을 즉시 실행에 옮기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함에 따라 이에 대한 파장과 혼란이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트럼프의 속전속결식 계획은 건강보험 오바마 케어 폐지, 반 이민정책 등 전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지우기로부터 나프타 재협상, 미 군사력 재건 등 정치, 외교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성장 등을 골자로 한 경제 분야 등을 총망라한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라고 하지만 그의 행보를 바라보는 미국민들과 세계인들의 우려와 반감은 예상외로 만만치 않다. 취임후 벌써부터 반 트럼프 시위행렬이 국내와 해외 대도시를 뒤덮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 트럼프 물결은 워싱턴의 경우 취임당일 지하철 이용객 수가 36만8,000명이었는데 이튿날 시위당일은 59만7,000명, 시당국이 임시 버스주차장을 1,800곳 추가 마련할 정도였고, 시카고에서는 15만 명, 보스턴은 12만5,000명, LA는 10만 명 등이 참여했으며, 미 주요도시에서 진행된 반 트럼프 집회만도 670건이나 되었다고 한다.
특히 여성에 대한 트럼프의 비하발언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 수많은 여성들의 반발을 크게 사고 있다.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 글로리아 스티이넘은 평생 이토록 민주주의가 분출한 광경을 목도한 적이 없다며 시민들의 연대를 놀라워했다고 한다.
트럼프의 일방주의를 규탄하는 성난 함성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거세게 메아리치고 있다. 영국, 스페인, 독일, 호주, 일본 등 세계 70여 개국에서 2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워싱턴 시위에 때맞춰 연대 동참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트럼프에게 여성에 대한 편견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여성권리 행진행사가 진행됐다.
트럼프 정책은 미국만이 아닌 지구촌의 문제라고 외친 프랑스 파리 시위대의 한 시민은 트럼프를 전 세계의 위험인물이라고 성토하는 가하면, 미국의 팝스타 마돈나는 워싱턴 집회에서 여성으로서 폭압의 새 시대를 거부한다고 일갈할 만큼 여성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미국은 다인종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전 세계를 이끌고 가야 하는 나라인데 자국만을 위한 정책에다 여성비하 발언으로 여성의 자존심과 인격을 손상시키는 트럼프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의 아집적인 정책과 행보들은 벌써부터 그에 대한 탄핵운동의 빌미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한 시민단체들의 서명운동 전개, 법률학자들의 소송제기 등 사태가 매우 심상치 않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트럼프 호가 제대로 항해를 할 수 있을까.
사상가 블레즈 파스칼은 “처참한 상황을 겪지 않고 하나님을 아는 것은 자만을 가져온다.”고 하였다. 트럼프도 고난의 정치역정을 거치지 않고 단지 헛된 말과 거짓 등으로 대통령까지 된 사실에 그의 자만심이 하늘로 치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국의 앞날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알베르트 슈바이처가 “기적은 당신 안에 있다.”고 한 것처럼 이런 혼란 속에서 또 누가 아는가. 그래도 어떤 기적이 있을지... 기대감이 마음 한구석에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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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