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피아노의 시인, 쇼팽과 그의 로맨스(1)

2016-12-06 (화) 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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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희의 ‘클래식 톡톡 (Classic Talk Talk)’

2010년에는 프레드릭 쇼팽(Frederic Chopin, 1810~1849)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의 음악이 유난히 많이 연주되었다. 그리고 작년, 2015년에 열린 제 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조성진의 우승 소식이 알려지자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피아니스트 김용배는 “백인들의 아성이던 피겨 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과 맞먹을 만한 감동과 쾌거”라고 비유했다. 클래식 음악 역시 백인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폴란드 태생의 작곡가이자 피아노 연주자인 쇼팽의 업적과 위상을 기리기위해 1927년 제1회를 시작으로 1955년부터 5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으며 이 콩쿠르에서 입상한 피아니스트들은 세계적인 스타로 우뚝 섰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스타니슬라프 부닌, 윤디 리 등의 피아니스트가 우승한 경력이 있다. 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일본 작가 이시키 마코토 (Makoto Isshiki)의 만화 ‘피아노의 숲’에서 주인공인 이치노세 카이가 극적으로 우승하는 콩쿠르로 더욱 유명해졌다.

폴란드 태생 작곡가 쇼팽,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내다


그렇다면 쇼팽은 어떤 작곡가였길래 ‘폴란드가 낳은 거장’으로 기념되고 있을까. 프랑스인 아버지와 폴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39년의 짧은 생애를 피아노를 위해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 대부분을 피아노를 위해 썼고 피아노를 통해 음악 표현의 영역을 넓힌 그는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타이틀로 유명하다. 그는 발라드, 녹턴, 왈츠, 폴로네이즈, 소나타, 마주르카, 에튀드, 협주곡 등을 작곡했다. 당시 화려한 테크닉과 기교를 최고로 치던 프랑스 파리 (Paris) 피아노계에서 쇼팽의 음악은 기교와 더불어 그만의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음악의 언어 표현 영역을 넓히며 당대 최고의 음악가로 떠올랐다.

쇼팽은 일찍부터 천재성을 나타내었다. 1826년에 바르샤바 음악원에서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그 곳에서 첫사랑 콘스탄치아 그와트코프스카를 만난다. 그는 첫사랑인 그녀에게서 영감을 받아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완성했다. 이 협주곡은 그가 조국인 폴란드를 떠나기 전 1830년 10월, 바르샤바 국립극장에서 열렸던 고별 콘서트에서 초연되었다. “쇼팽은 피아노를 노래하게 한다”라고 말한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Arthur Rubinstein, 1887-1982)의 말처럼 2악장(약 10분 소요)에서는 수줍게 사랑을 속삭이는듯한 끊임없는 애틋한 선율을 감상할 수 있다. 2010년과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와 조성진이 본선에서 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고국을 떠나 프랑스로 이주, 한 여인을 만나다
쇼팽은 1831년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와 비엔나로 이주하여 파리 근교에서 여생을 보냈다. 당시 최고의 음악 중심도시였던 파리는 그의 음악적 성취와 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쇼팽은 이 곳에서 유명한 작품을 많이 남기기도 했고, 유명 작곡가들과 친분을 쌓기도 했다. 이 때, 첫사랑의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그에게 다가온 이가 있었으니 그녀는 프랑스 여류 소설가 조르주 상드 (Georges Sand, 1804~1876)였다. 두 사람은 한 살롱에서 우연히 만났다. 당시 상드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장을 하고 있었고,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진취적인 성향을 가진 그녀에게 쇼팽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반대로 상드는 쇼팽에게 호감을 느꼈고 32장의 편지로 자신의 사랑을 호소한다. 운명이었을까. 결국 그들은 연애를 시작하고 상드는 쇼팽의 삶을 이야기 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여성이 된다.
문의 bhlee0908@gmail.com

*오늘의 추천 감상 목록: 낭만주의 시대 대표적 작곡가 쇼팽

1.Waltz Op.64 No.2 (5분) : 경쾌한 비엔나 왈츠와 달리 서정적 음색이 특징으로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2008)에 수록되어 유명해졌다.

2.Nocturne No. 20 in C sharp minor, Op. Posth. (4분) :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폴란드의 실존 피아니스트 이야기를 다룬 영화 ‘피아니스트’ (2002) 삽입곡 중 하나이다.

3.Piano Concerto in E minor Op.11의 2악장 (10분) : 첫사랑 그와트코프스카를 위해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배우 권상우가 연주하는 장면에 삽입되었다.


*참고사항 녹턴 (Nocturne) : 야상곡Op. 는 Opus 의 약자로 작품번호를 뜻하며 No. 는 일렬번호이다. Op. Posthumous 는 사후에 작품 번호가 매겨진 경우를 말한다.

<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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