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통공연도 ‘한류’로 격상시켜

2016-06-21 (화) 02:12:20
크게 작게

▶ <이어도: 더 파라다이스> 시애틀 공연에 외국인들 환호성

▶ 온라인 펀딩 문민정씨 노고에도 큰 박수

전통공연도 ‘한류’로 격상시켜

제주 전통예술단체인 ‘마로’가 지난 17일 <이어도: 더 파라다이스> 공연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꿈꾸는 소녀’같은 발상으로 온라인 펀딩을 통해 기금을 유치해 화제가 됐던 제주전통예술단체 ‘마로’의 시애틀 공연은 한국전통공연도 외국인이 함께 열광할 수 있는 ‘한류’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지난 17일 저녁 시애틀 베나로야홀 노스트롬 홀에서 열린 마로의 <이어도:더 파라다이스> 공연장에는 500여석의 자리를 외국인과 한인들이 반반씩 메웠다.

관람객들은 공연 예술의 특성상 소리의 뜻을 곧바로 파악하기 어렵지만 소리꾼의 목소리로 토해내는 소리, 북ㆍ징ㆍ꽹과리ㆍ장고 등이 품어내는 타악기의 소리에다 춤꾼이 빚어내는 춤사위로 종합된 한편의 작품에 푹 빠졌고, 1시간 남짓의 공연이 끝나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공연이 끝나는 것이 아쉬워 출연자 8명이 선두로 이끄는 발걸음을 따라 공연장 바깥 홀로 모인 관람객들은 모두가 한데 어울려 한바탕 굿을 펼치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연출됐다.


이날 공연된 <이어도: 더 파라다이스>는 춤ㆍ소리ㆍ타악 등 한국 전통예술과 멀티미디어가 어우러진 복합 퍼포먼스로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13호 ‘제주 큰굿’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극이다. ‘이어도’는 원래 제주도에 전해지는 전설의 섬으로 바다에 나간 어부 등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곳에 머물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희망의 섬이자 낙원의 섬이다. 풍랑에 휩쓸린 한 소녀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어도’로 향하는 여정을 춤과 소리 등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지난해 ‘융복합콘텐츠 공모전’에서 ‘이승과 저승 사이의 광막한 벌판’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인 <미여지 뱅뒤>를 통해 전통 굿을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무대로 본선에 올랐고 2014~2016 뉴욕 한국문화원 오픈스테이지 1등 수상작이다.

관객들은 한결같이 “소리와 춤, 연주, 공연 등이 어우러진 제주의 굿을 통해 한국인들 한(恨)과 흥(興)을 종합적으로 맛볼 수 있는 그야말로 한국의 오페라 한 편을 본 것 같다”고 찬사를 쏟아냈다.

이번 공연은 8살 때 시애틀로 이민 온 1.5세 문민정씨가 지난해 뉴욕 한국문화원에 인턴으로 근무할 당시 관람한 뒤 2013년 돌아가신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부터 힐링을 받게 되면서 온라인 펀딩을 통해 경비를 마련해 유치하게 됐다. 온라인 펀딩에 모두 229명이 참여해 2만3,297달러를 모은 가운데 정소진 한인입양재단(KORAFF) 이사장과 정현아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등은 물론 본보도 앞장서 도왔다.

이광술 전 시애틀한인회장의 딸로 아마존에 근무하고 있는 다이애나 이씨도 공연 기획을 도왔다. 특히 문씨를 후원했던 한국문화원 관계자들도 이날 공연을 보기 위해 뉴욕에서 시애틀을 찾았다.

문씨는 본보를 포함해 자신에게 도움을 준 개인과 단체 등에 감사패를 전했으며“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다”며 “다시 한번 시애틀 한인사회의 따뜻함에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