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러·우크라, 오늘 대면협상… ‘푸틴·젤렌스키 직접담판’ 불발된듯

2025-05-14 (수) 0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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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만에 이스탄불 협상장에…美 국무·특사도 이스탄불에, 중재 주목

▶ 젤렌스키 “모든 형태의 협상에 준비돼…회담 두려워하지 않아”
▶ 러 대표단장에 ‘2022년 협상 이끈’ 메딘스키 보좌관…결과 낙관 어려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3년 만에 직접 만나 휴전 협상에 나선다.

주목을 끌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면은 성사되지 않을 전망이지만, 양국 대표단간 직접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휴전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휴전안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첫 회담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14일 푸틴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보좌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이스탄불 협상에 파견하는 명령에 서명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푸틴 대통령 본인 이름은 협상단 명단에 없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이스탄불 방문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대표단 명단 공개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불참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이스탄불 정상회담은 불발될 전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며 튀르키예에서 기다리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중동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석까지 요청하면서 이스탄불에서 미·러·우크라 3자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었다.

크렘린궁이 협상 전날 오후 11시께 푸틴 대통령이 빠진 대표단 명단을 공개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탄불에 오지 않는다고 로이터 통신이 미국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러시아의 발표 전에 한 일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러시아에서 누가 올지 기다리고 있고, 그 이후에 우크라이나가 취해야 할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모든 형태의 협상에 준비가 돼 있으며, 회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이스탄불에 오지 않더라도 협상에 나설 뜻을 밝혔다.


정상회담은 불발된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2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같은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이후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휴전을 압박해왔다.

미국 측 고위급 인사들도 이스탄불로 향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키스 켈로그 특사 등이 이스탄불에서 양국 간 협상을 중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30일 휴전을 수용하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고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제안이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양국간 정상회담 역제안을 하며 푸틴 대통령을 압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표단 구성을 통해 2022년 중단된 이스탄불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본인의 이름은 대표단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초기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에서도 러시아 측 대표단 단장을 맡은 인물이다.

러시아 대표단에는 미하일 갈루진 외무차관, 이고리 코스튜코프 러시아군 총정찰국(GRU) 국장,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도 포함됐다. 포민 차관도 2022년 협상 대표단 일원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 참여할 전문가급 대표단도 구성했다. 알렉산드르 조린 GRU 정보국 1부국장, 옐레나 포도브레옙스카야 대통령실 인도주의분야 국가정책 부국장, 알렉세이 폴리슈크 외무부 독립국가연합(CIS) 제2국장, 빅토르 셰프초프 국방부 국제군사협력 부국장이 지명됐다.

푸틴 대통령은 대표단을 발표하기 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통화했다.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던 룰라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 기착,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하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에 참석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자신과 협상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을 제정한 상태고, 젤린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지난해 5월 임기가 만료돼 적법성을 잃었다는 점 등에서 양자회담에 회의적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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