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해선 칼럼] 1백만 달러를 쓴다면...

2016-02-09 (화) 03:43:00 신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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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달러가 ‘있다면...’ 하려다가 ‘쓴다면...’ 으로 바꿨다. 왜냐하면 그 정도라면 여기 올드 타이머들도 옛날 이곳에 집을 사서 세컨드다 라인오브 크레딧이다 어쩌고 등등 꺼내 쓰지 않고 곱게 곱게 개미같이 살고만 있었다면, 그 금광 에서 밀리언 달러 가방 하나 채우는 건 아마 일도 아닐터 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걸 쓴다면...?그 돈가방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호텔 카운터에 타--악 던지고 Penthouse Suite 으로 안내를 받는다. Bellboy, 아니 Bellperson이 열어주는 자이언트 창문을 통해 와! 소리만이 연발되는 숨막히는 그림이 두 눈에 들어온다. 이 장면만도 백만달러 장관이다.

6000 SqFt 의 Penthouse 에 묵으면서 케네디 대통령, 찰스 황태자 등등 기라성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써놓은 방명록에 이름을 나란히 그린다.


4일간 낮밤 여기에 묵으면서 먹고 마시는 것 전부 공짜다. 그뿐인가, 원한다면 펜트하우스 부엌에서 이호텔 셰프가 직접 만들어 주는 미슐랭 별 몇개가 들은 음식과 술로 개인 파티 서비스도 해준단다. 물론 공짜. 숙박객은 공식적으로는 6명이지만 한두서넛, 네다여섯, 뭐 이렇게 객식구들이 들어온들 누가 알겠냐고 Bellperon이 한눈을 찡끗한다. 두툼한 팁의 효과다.

테라스로 나가본다. 화려한 꽃다발이 한층 눈부시게 하는 미슐랭 주전부리와 커피, 와인, 샴페인 등이 놓인 탁자와 편히 누울수도 있는 큼지막한 의자 네 개가 주인들을 기다린다.

아! ‘쐬주’를 가져올 걸... 그리고 화로에 석쇠 얹어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어서... 바다를 보면서 어쩌고 생각하는데 꿀꺽 침이 넘어가며 화면이 바뀐다. 공짜행진에는 이번 수퍼보울 50에 참석하는 NFL 명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칵테일잔들고 왔다갔다 다리운동 하는 파티에도 끼어준단다. 스티브 영도 만나겠고 에디 디바톨로 전 49ers 구단주도 볼 수 있겠다. 그리고 NFL 코미셔너가 꿈이라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도 술잔깨나 함께 기울일 수 도 있겠다.

Money talks. And 또 talks. And 또, 또, 또...

2월 7일 일요일에는 깜짝 놀라기 특별 공짜가 선물로 나온다. 22장의 수퍼보울 티켓!!그것도 Luxury Box 하나를 통째로 빌려주면서 술, 담배, 그리고 음식등등 모두가 공짜다. UK 신문 Daily Mail Travel 기사/광고에 도취되어 있는데 어느새 TV 스크린에는 ‘Denver 24. Carolina 10’ 라고 빛이 번쩍인다. 아쉽다. 끝이다. 수퍼보울 50도 끝, 한바탕 몽상도 끝.

그렇다면? 백만달러를 어디에 쓴다?6,686명.

샌프란시스코시가 용역회사 ASR 을 고용해 얻은 숫자다. 2015년말 샌프란시스코 시내 노숙자들 숫자란다. 레즈비안이 몇 퍼센트, 게이가 몇 퍼센트, 그리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등등 아주 세밀하게 분석 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오직 숫자만이 문제다. 이 숫자와 백만달러라면 어쩌면 이들 모두에게 따듯한 겨울을 선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헌데 어디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막상 돈을 보니 욕심도 생긴다. 여의도에 가면 금년 봄 특별 염가세일 금뱃지가 있다는 소문도 들었기에 말이다.

<신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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