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아버지의 삼 세번!

2016-02-04 (목) 05:44:30 양벨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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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아들을 살해한 후 사체를 훼손한 비정한 아버지와 침묵하고 숨겨준 친모가 잡혔다” “10개월된 여 아이가 두개골 골절이 되어 사망했다. 28살 어머니에 의해 두개골 골절과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한국을 들끓게하는 뉴스를 지켜보며 섬찟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나의 아버지가 자꾸 떠올랐다.

작고 왜소하신 아버지는 정식교육을 받은 분도 아니었지만 자식을 키우는 원칙을 갖고 계셨고, 그 걸 지키셨다. 아이 다섯을 키우며 체벌할 때는 세 번의 기회를 주셨다. 부모는 아이들이 처음 잘못했을 때 바르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소아마비를 앓으며 성격이 좀 비뚤어진 작은 오빠는 여러 문제를 일으키곤 하였다. 집안 귀중품을 갖고 나가 엿과 바꿔 먹기도 하고, 학교에 가지 않고 동네 만화가게에서 밤 늦도록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누가 이기나 보자’는 듯이 맞을 만한 짓을 하였다. 고등학교부터 서울로 유학을 보냈던 큰 오빠도 여간 애를 먹이는 게 아니었다. 실로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하였던가...


한 번! 두 번! 세 번! 너 이번이 세번째야!!몇 번씩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며 “네번째에는 맞는다!”고 엄중하게 불호령을 하셨던 아버지의 산수셈엔 결코 네 번이 없으셨다. 세 번을 세고 그 다음엔 세번 반이라고 카운트하셨고 다시 또 세번 반에 반으로 카운트되었다.

세번 반에 반에 반….맞지 않고도 우리들은 알아지는 것이 있었다. 이 법은 내가 고집을 피울 때도 적용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도 “잘못했습니다” 란 말이 나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수동 공격형 성향(Passsive aggessive trait)이 있었던 것 같다. 참으로 오랜동안 '예'도 '아니오'도 하지 않고 아버지 질문에 버티는 형으로 소위 '날 잡아잡수~ 형'이었으니... 하나! 둘! 셋!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고 또 물어도 내 함구는 철통이었다. 이 때쯤엔 손이 올라가도 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을까...하지만 셋 반, 셋 반에 반, ..반에 반에 반….

난 맞지 않았다 결코...하지만 그 사이 가슴으로 뉘우치는 게 있었다. 수없이 참아주신 아버지!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내 눈물샘에 계신다. 언제고 어디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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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벨라씨는 2녀 1남을 기르는 RN, CRNI. 어두움 속 구름을 헤집고, 은은한 빛으로 길을 잃지 않는 구름에 달 가듯 사는 엄마이다.

<양벨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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