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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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주 선교사의 VA 선교사 이야기 5

2015-12-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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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볼드윈의 세 여걸

81번 고속도로를 달려 해리슨버그를 지나면 스턴튼(STAUNTON)이라는 마을을 지나게 된다. 미국의 28대 대통령을 지낸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고향이다. 그런가하면 미국 남부 장로교회가 세운 여자대학 매리 볼드윈 여자대학이 있는 곳이다. 1842년도에 세워진 이 대학은 원래 설립 당시에는 어거스타 여자신학교 (Augusta Female Seminary)로 시작하였다가 1923년부터 매리 볼드윈 여자대학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 대학 출신으로 한국으로 와서 일한 세 명의 여성 선교사가 있다. 한 사람은 1892년에 남부 장로교 출신 목사인 남편 전킨과 더불어 군산과 전주 선교부를 세운 윌리엄 전킨의 부인 매리 레이번(사진)이다. 1908년 남편이 급성 폐렴으로 죽자 네 아이를 데리고 돌아와 버지니아의 프레데릭스버그에서 살다 자신의 고향인 렉싱턴에 묻혔다. 매리의 자녀와 손자가 지금도 북 버지니아에 살고 있다.
그녀의 주위에 원으로 둥그렇게 둘러앉은 여성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해 가르칠 때에 그토록 말씀을 사모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신실한 증거를 여성들이 깊이 사모하기 때문이었다. 남성 중심의 조선 사회에 와서 천대받는 여성들과 더불어 살면서 대중적인 방법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을 만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다.
두 번째 매리 볼드윈 출신은 유진 벨 선교사의 부인인 로티 위더스푼이다. 원래 아버지가 버지니아 피터스버그에서 탭 스트리트 장로교회를 목회할 때 피터스버그에서 자랐다. 그리고 아버지가 켄터키 루이빌 신학교 교장으로 옮겨간 후에도 버지니아의 어거스타 여성신학교를 다닌 셈이다. 그는 유니언 신학을 졸업하고 루이빌 신학교에서 공부하던 유진 벨을 만나 결혼하고 조선으로 왔다.
1895년에 입국하여 1898년에 목포로 옮겨가기까지 서울에 살면서 당시 밀러 선교사가 운영하던 경신학교에서 선생으로 일했다. 당시 그녀가 가르치던 학생 가운데 훗날의 안창호도 있었다.
고조부인 위더스픈 목사님의 명성만큼이나 남부 정신이 강하고 매사에 약자에 눌린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했다. 한국에 와서 그가 보낸 세월은 겨우 6년의 세월이었다. 서울 3년 반, 목포에서 2년 반이었다. 유진과는 첫 사랑이었다. 그 첫 사랑과 아쉬운 삶을 나눈 세월이 7년이었다. 그는 1901년 꽃피던 4월에 목포의 정원에 아스파라가스와 딸기며 상추도 심고 자두와 복숭아도 심었으나 그 열매를 따먹지도 못하고 홀홀히 하늘나라로 갔다. 슬하에 어린 자녀 둘을 남겼지만 목포에서 난 딸 샬럿이 훗날 선교사가 되어 남편과 대전에 한남 대학교를 세우는 큰 공헌을 했다. 그는 1963년에 어머니가 숨을 거둔 목포로 내려와 자신의 선교사역을 마무리한다. 그야말로 어머니의 대를 잇는 아름다운 모녀간이다. 로티의 두 손자가 인휴와 인도아 목사로 이들 역시 외할머니와 부모님의 사역을 받들어 한국에서 한평생을 섬겼다.
1900년 11월, 목포를 거쳐 군산에 부임하던 새내기 선교사 리비(Libbie)가 세 번 째 매리 볼드윈의 동문이었다.
리비는 군산에서 자그마치 42년간을 일했다. 군산에 머무르며 장항과 서천, 보령, 당진 등 충청남도 사역에 전념하던 남편과는 달리 그녀는 매리 볼드윈의 선배인 매리 레이번 전킨 부인이 세운 군산의 여학교를 맡아 태평양 전쟁으로 일제에 의해 추방되던 1941년까지 군산의 여학교 교장을 맡았다. 자신이 졸업하고 한 때 그 학교에서 가르친 인연으로 동문들이 후원금을 보내주어 세운 건물과 학교 이름조차 매리 볼드윈의 이름을 줄여 멜볼딘 여학교라 불렀다.
그는 가족들에게 할 수 없는 시간들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로 조선의 여성들과 어린 소년들에게 나눈 즐거움을 복으로 알고 살았던 복된 여인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베푼 봉사가 늘 주님의 이름으로 행해졌기에 하나님께서 이 일을 축복해주시리라는 믿음으로 살았다. 복된 여인 리비의 묘소는 버지니아 남단 노포크 시가 운영하는 엘름우드 묘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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