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핵잠·우라늄 농축’ 팩트시트 못박았다

2025-11-15 (토) 12:00:00 우태경·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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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발표 나선 이 대통령…

▶ 경주 발표와 큰 차이 없어 ‘선방’
▶ 연 200억 달러 ‘안전장치’ 담겨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14일 최종 발표됐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지 16일 만이다.

전반적으로 정부의 기존 설명과 큰 차이 없이 핵추진 잠수함 등 주요 관심 사항들이 모두 담겼다. 하지만 미국 내 핵 비확산 기류를 반영하듯, 원자력 협정 개정까지 나아가진 못해 후속 협상을 이어가야만 하는 과제를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지난 두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 작성이 마무리됐다"면서 문서화 작업 완료 소식을 알렸다. 지난 6월 4일 취임 첫날 기자회견 이후로 이 대통령이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찾아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과 관련해 "내란과 그로 인한 국가적 사회적 혼란 때문에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늦게 관세 협상의 출발점에 섰다"면서도 "한미 모두가 상식과 이성에 기초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핵잠 확보 성과를 콕 집어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 자산"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역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가 늦어진 배경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비자발적 협상을 하는 상황에선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버티는 것"이라며 "우리의 유일한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유일한 조치였다. 늦었다고 혹여라도 지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조인트 팩트시트는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 당시 한국 정부의 설명과 큰 차이는 없었다. 먼저 대미 투자에 있어서는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 전략투자에 2,000억 달러가 각각 투입된다는 내용과 함께, 전략투자액을 연간 200억 달러 이내로 해야 한다는 한국 외환시장 보호 장치가 그대로 명시됐다. 반도체 제외,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암시했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주장과 달리, 반도체도 '타국(반도체 교역 규모가 한국 이상인 국가)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 유지됐고 농산물 시장 개방도 없었다.

지난달 경주에서 양국 정상이 논의했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도 명시됐다. 양국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 이행 협력도 약속했다. 한미동맹 현대화와 관련해서는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이 명문화됐다. 양안 문제도 대만해협의 평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논의는 됐지만, 우려됐던 유사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아울러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양국의 합의도 담겼다.

최대 쟁점이었던 핵잠 건조 권한과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도 모두 미국의 승인을 받아냈다. 특히 농축·재처리 권한은 이날 팩트시트 발표 1, 2분 전까지도 한미 간 의견 조정이 있을 정도로 최대 걸림돌이었지만 무리 없이 팩트시트에 담겼다.

다만, 디테일에서 진통의 흔적은 그대로 남았다. 우리는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으로는 핵잠 건조나 핵연료 재처리 등을 실제 실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협정 개정 또는 신규 협정 체결과 같은 후속 절차까지 구체화하지 못했다. 향후 후속 협상을 통해 지난한 협의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한 관세 협상과 달리 안보 협상은 팩트시트보다 구속력을 담보할 수 있는 MOU(업무협약)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건조'를 주장하면서 혼선을 빚었던 핵잠도 건조 장소가 구체적으로 팩트시트에 담기지 못했다. 다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논의 과정에서 우리 핵잠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건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한국에서 건조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 이번 주말에 기업인들과 '민관 합동회의'를 열고 관세협상 후속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7명이 참석한다.

<우태경·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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