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전설, ‘쌍둥이 갱스터’ 현란한 폭력 자랑

2015-11-20 (금)
크게 작게

▶ 전설 (Legend) ★★★½

전설, ‘쌍둥이 갱스터’ 현란한 폭력 자랑

냉정한 레지(오른쪽)와 사이코 로니 형제는 런던의 스타처럼 으스대는 갱이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까지 런던의 이스트엔드 지역을 말아먹던 일란성 쌍둥이 갱스터 형제 레지와 로니 크레이의 실화를 만화적으로 야단스럽고 뻔뻔하게 그린 재미있는 오락물이다. 화려한 화면에 표현되는 찌르고 쏘고 두들겨 패는 말로 형언하기 힘든 폭력이 보는 사람의 감관을 유린하는데 이런 폭력 속에 다소 엉뚱한 유머가 섞여들어 고약한 티를 낸다.

예술성과는 거리가 먼 철저한 말초신경 자극적인 작품으로 볼만한 것은 두 형제 역을 혼자 맡아 한 탐 하디의 연기다. 실로 대담무쌍하고 오만방자한 연기로 성격이 완전히 다른 레지와 로니 역을 변화무쌍하게 보여준다. 강타를 맞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연기로 상감이다.

대뜸 레지와 로니가 이미 암흑세계의 세력을 장악한 1966년도부터 시작된다. 영화는 레지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 프란시스(에밀리 브라우닝-이 역은 다소 미흡하게 쓰여 졌으나 브라우닝이 호연한다)가 두 형제의 잘 나가던 시절을 회상하는 식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처음에 크레이 형제가 망치를 무기로 삼아 라이벌 리처드슨 갱과 펍에서 지역 관할문제를 놓고 벌이는 유혈폭력 장면부터 피가 튄다. 완전히 세력을 장악한 형제는 신사복을 빼입고 으스대면서 동네를 활보하고 여가수가 미 팝송 ‘메이크 더 월드 고 어웨이’를 부르는 사치스런 클럽을 드나든다. 둘은 세간의 이목의 조명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 반영웅들이다.

형제와 둘의 졸개들의 범죄행각과 이들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 런던 경시청 형사 레나드(크리스토퍼 에클레스턴)의 노력과 함께 형제의 범죄세계의 내부사정이 상세히 묘사되면서 종종 인정사정없는 폭력이 횡포를 부린다.

레지와 로니는 완전히 다른 성격과 행동양식을 지닌 쌍둥이. 레지는 냉정하고 매력적이며 논리적인 지도자 형인 반면 안경을 쓴 동성애자인 로니는 사이코. 언제 무분별한 폭력성이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인물로 하디가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연기로 이 희비극적인 인물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육체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모든 것을 소진하는 연기다.

로니는 가공스런 폭력을 구사하면서도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차와 케익을 즐기는 마마보이인데 이런 그의 모습은 ‘백열’의 제임스 캐그니를 연상케 한다. 조연진들이 훌륭한 연기파들이나 개개인의 특성이 썩 잘 묘사되진 못했다. 채즈 팔민테리가 크레이 형제와 손을 잡고 일을 하는 미국의 갱스터로 데이빗 튤리스가 크레이 형제의 사업고문으로 그리고 폴 베타니가 형제의 라이벌 갱스터로 각기 나온다. 이들의 얘기는 지난 1990년에도 ‘크레이즈’(The Krays)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었다. 브라이언 헬게랜드 감독(각본 겸).

R. Universal. 전지역.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