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가을이 오면

2015-11-12 (목) 04:02:12 서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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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남편과 동부를 여행할 일이 있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가을의 풍경은 말 그대로 한폭의 그림이었다.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는 볼 수 없는 뿌옇게 먼지이는 지평선 대신, 그곳에는 가을이 있었다.

빽빽한 나무들이 그대로 반사되어진 호수 속의 가을 풍경은, 영화 ‘가을의전설’을 연상케했다. 나무숲 뒤쪽 어딘가에서,누군가 말들을 몰며 멋지게 나타날 것 같은 풍경이었다. 잠시 차를 세우고 커피를 마셨다. 진한 커피향보다도, 멋진 가을 정취의 향이 나를 더 취하게 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봐도 질리지 않는 자연이 너무 좋았다.


사실 우린 자연에서 여유를 찾고, 우리의 지친 삶을 치유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삶의 시간들로 인해서 말이다. 멋진 경치가 나타나면 호흡이 멈춰지고, 가슴속 깊이 그 향취가 전해져온다.

그런 자연에 들어가 함께하고 싶고, 느끼고 싶은 건 자연으로부터 온 우리가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건 아닐까!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무들은 그저 초록이었던 숲을 화려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고,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에 감사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멋진 영화와 같은 자연을 대하고 나면, 어릴적 소녀로 돌아간 것 같은 마음에 가슴이 설레인다.

나이가 들면서 여자들의 감성 속엔, 숨어있던 남성성이드러나기 시작한단다. 점점 이성화되어지고 씩씩해지고 무덤덤해진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가을이다.

눈을 돌리면 어디든 예쁘고,옛 음악을 들으면 눈물 나고,그리운 사람들이 더욱 보고 싶어지는 가을이다.

창밖에 들리는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너무도 기다리던비가 내리고 있다. 그 빗소리가 너무 좋아서,조용히 음악을틀고 창문을 열어본다. 잠을 깨울까 살며시 내리는 빗소리도, 비에 젖는 땅의 냄새도, 빗물을 튀기며 지나가는 자동차소리까지도 너무 좋다.

아, 진짜 가을이 왔나 보다.

가을이 이토록 멋진 건, 우리가 한여름 동안 많은 땀을흘린 덕분 아닐까?

그동안의 흘렸던 땀을 식히고, 우리가 스스로에게 애썼다위로하며, 이 계절이 가기 전에 가을을 느껴보는건 어떨까!하늘이 아낌없이 주시는 풍요와 위로에 감사 드리며…

<서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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