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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주 선교사의 VA 선교사 이야기❸

2015-11-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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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 선교의 아버지, 전킨

버지니아 중서부 도시 렉싱턴에는 버지니아 군사학교와 더불어 워싱턴 앤 리 대학교가 유명세를 탄 학교에 속한다. 미국에서 9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히든 아이비의 하나로 손꼽혀 존스홉킨스, 스탠포드, 애머스트 대학의 뒤를 잇고 있다.

특히 남북 전쟁에서 패배한 남군 총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이 이 대학의 총장을 하다 죽자 이사회는 원래의 워싱턴 대학에 리라는 이름을 넣어 워싱턴 앤 리 대학교로 이름을 바꾸었다.

리장군이 이 대학의 총장으로 취임하기 직전 총장이었던 조지 전킨은 원래 목사였는데 이 대학의 총장으로 오기 전 오하이오의 마이애미 대학과 필라델피아 인근 라파엣 대학의 총장으로 일했다.


그는 미국에서의 노예해방을 지지했던 사람이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의 둘 째 딸 엘리노어는 버지니아 군사학교의 교수인 토머스 잭슨에게 시집을 갔다. 그가 남북전쟁 시에 유명한 스톤월 장군이다. 남북이 격렬하게 대치하던 때 연방 정부로부터 분리 독립을 주장하던 학생들의 시위와 깃발에 맞서 그는 13년간의 총장 생활을 사임하게 되었다.

아버지를 따라 워싱턴 앤 리 대학을 졸업한 그의 맏아들 윌리엄 전킨(사진)이 1892년 미국 남 장로교회의 파송을 받아 조선 선교사로 왔다.

윌리엄 전킨은 전라북도에 기독교를 전해준 선교사로 호남 선교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남장로교회의 선교사로 그가 용산 나루터에 도착한 날이 1892년 11월 4일, 아침이었다. 제물포와 마포를 거치는 동안 밤새 모기에 물어뜯기면서 삼판을 이용하여 용산에 이르렀다. 그가 담당한 구역이 전라도로 당시에는 전라도의 남북 구분이 없을 때였다. 언어를 배우는 한편 언어 선생을 데리고 시골로 나가 민중의 삶을 밑바닥부터 체험하는 고된 여정을 시작했다. 그는 언어 선생이 시장에서 개고기를 먹고 가자며 조를 때마다 제일 곤혹스러웠다고 전한다.

막상 군산에 도착하니 그 무렵이 동학란으로 전라도가 시끄러울 때였다. 자그마치 전주 시가지의 삼분의 일이 불에 탈 지경이었다. 그리고 군산항이 개항을 시작할 무렵이어서 갯벌 마을군산에 일본인의 투자가 러시현상을 이루었다. 그는 매리 볼드윈 여학교와 군산 영명 학교를 열었고 구암동에서 교회를 시작하였다. 특히 군산 바다를 거슬러 장항과 서산, 당진과 충청남도 일대에 대한 선교를 시작하였다.

조선인들이 머물 초가삼간에서 쪼그려 살던 그에게 전주 선교부가 더해졌다. 전주에는 그의 조선 이름인 전위렴의 이름에서 첫 자로 그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기전(紀全)여학교와 대학이 세워졌다. 전킨은 틈틈이 평양신학교에서 가르칠 때에 학생들에게 미식축구를 가르쳐 평양 숭실 대학생들과 정기전이 열리곤 했다. 그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미식축구를 전수한 셈이다.
당시 조선의 형편은 가난과 무지가 백성의 삶을 구조적으로 가로막는 절망적 상황이었다. 전킨이 전주에 있을 때 세운 고아원은 언더우드가 서울 영은문 근처에 우리나라 최초로 세운 고아원의 뒤를 잇는 두 번째 고아원이다.

그는 1907년 크리스마스에 쓰러져 일주일 후인 1908년 정월에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군산과 전주에서 선교부를 열고 사역을 하였지만 정작 그가 전라도에 복음을 가져온 효시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6년 동안 일하면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세 자녀가 묻힌 전주에 영면하고 있다.

그는 이들 외에도 자식 넷을 더 낳았다. 남편을 장사지내던 아내의 태중에는 또 다른 유복자가 자라고 있었다. 버지니아에 정착한 이들은 애그니스 스캇 대학으로 진학한 딸을 제외하고 네 아들 모두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졸업한 워싱턴 앤 리 대학교를 마쳤다.

필자는 지난주일 오후에 전킨 선교사가 유복자로 남긴 다섯 번째 아들의 외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킨의 손자다. 1895년 10월 8일 민비가 일본인들에게 시해를 당하자 불면에 시달리던 고종 임금의 간청으로 임금의 침전에서 밤새도록 육혈포를 들고 불침번을 섰던 언더우드와 에비슨, 유진 벨과 전킨 등에게 고종은 은 보석함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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