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김은경 ㅣ 나처럼 외로왔던 누군가에게

2015-10-2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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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비스듬히 서면 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사진에 집착하게 되었다. 이미지 관리가 이제는 프로필 사진에 올린 그거로 되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말이다. 갑자기 큰 얼굴과 몸이 다 나오게 되면 무척 당황이 되는 순간이다. 그럴 땐 그냥 비스듬히 서면 된다. 모든 걸 다 보여줄려고 하지 않으면 된다. 다 보여주면 다친다. 다 알면 다친다. 가끔 모든 것을 다 자세히 보여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게 내가 될 수도 있고. 우리는 사람들을 얼마 만큼 알다가 갈까?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알고 보면 자신 역시 자신도 잘 모르는 미지의 것에 이끌리어 살다 가는데 말이다. 내가 맨앞 가운데가 안되면 힘들 때가 있다. 아님 그럴 때가 있었다. 그러나 어떤가? 맨앞에 큰 덩치로 주름과 겹친 살이 다 보여지는... 이제 그런 나이가 되게 되었다. 더 이상 내가 주인공이 아닌 거다.

어릴적 내게 노래를 시키면 일곱 곡을 불러야 자리에 앉았다고 한다. 나를 모르니 가능한 일이었겠다. 이제 어떤가? 이제는 시킬가봐 두려운 면이 있지 않은가? 그냥 조용히 앉아 있으면 된다. 비스듬히 서서 박수쳐주면 된다. 그런데 참 쉽지 않다. 그럴 땐 혼자 셀카를 찍자! 나는 완전히 혼자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외로운가?


셀카를 찍자. 여럿이 모였을 때 자리를 좀 양보하고. 혼자일 때 나혼자 나를 독차지하고 맘껏 사랑해주자. 누군가 나를 보면 이상하다 하겠지만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거다. 나와 함께. 이럴 땐 마이크를 잡아도 좋다!! 숟가락이면 어떠랴? 어차피 관객은 나인 것을....

혼자서 노는 거, 혼자서 사랑하는 거, 혼자서 노래부르는 거, 혼자서 춤추는 거, 그러다보면 다른 이에게 비스듬히 설 수 있다. 그러다보면 다른 이에게 조용히 박수쳐줄 수 있다. 나처럼 외로웠던, 인정받고 싶었던 그 누군가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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