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문자 ㅣ과잉 권한

2015-07-2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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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오피스에 갔었다. 11시에 예약이 돼 있어서 11시 5분 전에 도착해서 차례를 기다리는 티켓을 뽑아들고 보니 ID 든 지갑을 가져오지 않은 생각이 났다. 자동차 안에 기한 지난 운전면허증이 있으니 그거라도 가져와야겠다 싶어 나가서 가지고 들어오려는 순간 guard가 제지를 하며 밖에 라인에 서 있으라고 차갑게 말한다. 안에 좌석이 꽉 차면 그럴 수 있다. 잠깐 서 있다 생각해보니 상담원이 11시에 내 예약번호를 부르겠고 내가 없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터이며 다시 상담원과 면담하려면 좀 힘들겠다 싶어 guard한테 사정을 간단히 설명하고 쪽지를 보여주면서 내 번호를 부르면 알려달라고 얘기해 보았다. 그러나 그는 들은 척도 안하고 무조건 밖의 라인에 서 있으라고 냉정히 말할 뿐만 아니라 죄인 다루듯 “거기 서있어”라고 험한 투의 말과 얼굴로 명령만 할 뿐이었다.

차례가 되어 들어오면서 괘심한 그에게 말없이 괘씸한 얼굴을 보내며 들어왔다. 그는 내게 다가오더니 왜 그렇게 괘씸한 얼굴로 대하느냐고 따진다. 네가 먼저 그런 얼굴과 매너를 나에게 보여주어서 라고 대답했다. 길길이 뛰며 나를 야단친다. 말도 짧은 처지에 더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다른 곳을 쳐다보며 속으로 대답한다. 너도 감정이 있었냐? 너도 기분 나쁘지? 그런 걸 느끼는 인간이 왜 그렇게 오만불손한 태도로 나에게 대했니? 아니 나뿐만 아니라 여기 오는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대했겠지. 세계에서 제일 친절한 이 나라에서 얼마던지 친절하게 대할 수도 있는데 그게 무슨 대단한 권력이라고 아이히만 같은 얼굴을 해가지고 힘없는 사람들을 맘 아프게 하냐?

옆동네 로스가토스 DMV에 한번 가봐라. 거기 얼굴 까만 리셉션니스트 하나 있는데 얼마나 친절한지 한번 배우고 와라. 100명도 1,000명도 어제도 오늘도 어찌 그리 친절하게 자기 형제 대하듯 하는지 난 그 여자 볼 때마다 노벨 평화상 주고 싶더라. 거기 갈 때마다 네 이름 무어니? 너 어떻게 그렇게 착하니? 밥 한번 사고 싶다 친하게 지내고 싶다 이런 맘이 들더라. 이 짧은 세상에 꼭 그렇게 사나운 얼굴과 태도와 말씨로 남 맘에 상처주면서 살아야겠니? 아직 독백이 안 끝났는데 저쪽 문에서 내 이름을 부른다. 다음에 보자 입을 꽉 다물고 따라가니 소셜워커가 너 왜 그런 얼굴이니? 하는 것 같아서 나 좀 아프단다 라고 헛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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