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슬비 ㅣ 사랑의 집

2015-01-2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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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아름다운 신혼방을 갖고 싶어할 것이다. 한국의 결혼 문화를 보면 대다수 신랑이 집을 구한다. 신랑 혼자의 힘으로 집을 장만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혼 초부터 은행의 노예(?)가 되기도 한다. 난 미국으로 시집왔으니 남편에게 그런 요구를 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지만 어찌 됐든 우리 가족에게도 앞으로 살아갈 따뜻한 집이 필요하다. 집을 찾는 것과 구입하는 과정에 있어 한국과 미국은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에서는 월세, 전세, 매매의 종류가 있지만 이곳은 월세와 비슷한 렌트와 모기지론 개념이다. 처음 집값의 일정 부분을 현찰로 지불하고 나머지 금액을 보통 15년, 30년 등으로 나누어 내는 시스템이 모기지이다. 요즘 한국도 모기지 시스템이 도입되곤 있지만 이곳처럼 정착되어 있지는 않는 듯하다.


젊은 나이에 집을 매매할 능력이 부족하기에 살면서 나누어 내는 것이 어찌 보면 매우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모든 일에 장, 단점이 있다고 하니 사람마다 느끼는 건 제각각 일 것이다.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이곳 베이 지역은 미국 땅 중에서 비싼 집값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방 하나에 화장실 하나가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사는데 이 아파트의 렌트비는 상상 이상이다.

미국은 땅이 넓으니 당연히 집값은 싸겠지라고 생각하는 오해는 금물이다. 매달 렌트비가 빠져나갈 때마다 피같이 모은 돈이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 같아 늘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조그마한 집이라도 내 집을 장만해보기로 결정했다.

미국에 왔을 때부터 찾았으니 이번 달로 7개월째다. 오픈 하우스만 50이상 본 것 같다. 오픈 하우스 투어는 매 주말 우리 부부의 고정 스케줄이 되어버렸다. 누군가에게는 전망이 멋있는 곳, 누군가에게는 교통이 편리한 곳, 누군가에게는 공간이 넓은 곳 등 집의 선호도는 제각각일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사항은 집이 우리에게 주는 따뜻함과 평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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