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가 10대 남매를 데리고 가족여행을 떠난다.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하는데 아이들이 불평을 터트린다.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다 됐다는 것이다. “곧 비행기 타는데 무슨 상관?”하고 부모는 말한다. 아이들은 “전화 없이 어떻게 이야기를 하란 말이냐?”고 되묻는다. 부모가 웃으며 대답한다.
“이렇게 서로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돼. 우리는 항상 이렇게 얘기한단다.”어느 인터넷 광고의 한 장면이다. 가족들이 집안에 같이 있으면서도, 옆에 나란히 앉아서도 전화기 붙들고 이야기하는 셀폰 중독 문화를 꼬집는 내용이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려면 왠지 부자연스럽고 셀폰을 통해 대화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상한 세상 -지난 한해 동안 특히 심해진 현상이다.
멀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는 쉽게 연결시켜주면서 바로 눈앞의 사람과의 연결은 막아버리는 최첨단 기기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사람들이 마주 앉아 얼굴과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광경이 줄어들고 있다.
길을 걸어도, 엘리베이터를 타도, 식탁에 마주 앉아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은 사람 아닌 스마트폰. 베이비케익스 로머로라는 런던의 사진작가는 ‘대화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작품 시리즈를 만들었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런던의 이 거리 저 거리를 돌아다니며 눈길 끄는 장면들을 포착하는 것이 일과인 그는 얼마 전부터 천편일률적인 한 광경을 놓칠 수가 없었다. 모인 사람이 몇 명이건, 모인 장소가 실내이건 옥외이건, 모임의 성격이 사적이건 공적이건 … 모두가 자기 손바닥만 들여다보고 있는 광경이다.
스마트폰이 없는 그는 “이렇게 온 종일 손바닥만 들여다본다면 이 세상에서 못보고 놓치는 게 너무 많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서 사람들은 공원에 나와 있기도 하고, 샤핑을 마치고 샤핑몰 앞에 서있기도 하며, 식당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기도 하고, 작업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친구들, 직장 동료들, 연인,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 등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하나같이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어서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없다.
작품으로만 보면 조용하고 서정적인 사진들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슬픈 사진들이다. 시리즈 제목처럼 대화가 죽어버린 사회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진짜 세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다. 각자 자기가 만든 가상의 세계에 플러그를 꽂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스마트폰이 얼마나 애물단지인 지는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특히 실감한다. 저녁 식탁에 같이 앉아서도 아이가 그 자리에 있는 건지 어디 멀리 가있는 건지 도무지 소통이 되지 않는다. 입으로는 밥을 먹으면서 눈은 스마트폰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끊임없이 텍스팅을 하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느라 눈앞에 있는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스마트폰 중독이다. 사람은 어색하고 기계하고만 친한 세상이 오지나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