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는 흔히 ‘정권교체’로 번역된다. 이는 기존의 정치 지형, 통치 구조 전반을 바꾼다는 의미다.
지난 1일, 그러니까 미국의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이 펼쳐진지 한 달이 된 시점이었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레짐 체인지를 목표로 삼은 적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로 주요 수뇌부 대부분이 사망했기 때문 이라고 말하면서 새로 들어선 이란의 지도부는 훨씬 더 온건하고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그럴까’- 이란의 회교신정(神政)체제의 새 지도부가 호르무즈해협 재봉쇄 공세를 펼치는 등 계속해 미국에 맞서고 있다. 때문에 던져지는 질문이다.
전격적 지도부 참수 작전을 통해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해 주요 지도부 전원이 제거되고 새 지도부가 들어선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새로 들어선 지도부의 면면들이 그렇다, 더 강한 반미성향에, 더 호전적이다. 해외정책에 있어서나 국내문제에 있어서나 정치적 타협이라는 걸 아예 모르는 것 같다.
지도부 참살로 권력공백이 생기자 그 자리를 광신적 극렬주의자들이 차지했다고 할까. 레짐 체인지가 이루어지긴 했는데 더 나쁜 방향으로 이루어졌다는 평가다.
광신적 극렬주의 새 지도부, 그 중심적 존재는 모즈타바 하메네이다. 아버지 알리 하메네이가 폭격으로 숨질 때 모즈타바도 중상을 입어 현재 공개석상에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그런 정황에서 그를 떠받들고 있는 극렬주의 강경파 인물들이 국정을 요리하고 있다는 것이 외부에서의 관측이다.
이란 회교공화국 3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의 권력승계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하비브 서클(Habib Circle)’이 그것이다.
한국에서 군사독재 5공화국을 열게 한 ‘하나회’에 비유할 수 있을까. 피와 말세적 이슬람 메시아사상인 마흐디즘(Mahdism)이란 광신적 종교이데올로기로 뭉쳐진 집단이란 점에서 훨씬 더 결속력이 강한 게 ‘하비브 서클’이다.
모즈타바는 10대 시절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입대,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 그가 속했던 부대가 하비브 이븐 마자헤르 대대(Habib ibn Mazaher Battalion)다.
이 대대는 당시 가장 과격하고 용감한 대원들로 구성된 부대로 부대원들은 아버지 알리 하메이니 권력의 문고리역할을 하던 모즈타바의 추천으로 종전 후 IRGC를 비롯해, 정보기관 등의 요직을 독점하게 된다. 이란 정권의 뼈대를 지탱하는 핵심인맥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전 IRGC 정보국장으로 모즈타바가 바시즈 민병대와 정보 기구를 장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모즈타바의 ‘칼’과 ‘돈’을 관리하는 호세인 타예브, IRGC 사랄라 본부 사령관인 호세인 네자트 등 새 지도부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하비브 서클’ 멤버는 하나 둘이 아니다.
이 멤버들은 극단적 이념에, 광신적인 종교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이란의 군사, 안보, 정보 등 분야에서 반대파 탄압과 정권유지를 주도하는 한편 항전을 계속 부르짖고 있다.
요약하면 ‘하비브 서클’은 이란의 전쟁 세대가 만든 ‘광신적 정치·안보 카르텔’로 9000만 이란 국민은 이 집단의 볼모가 되어 있는 것이 현재 이란이 처한 형편인 셈이다.
관련해 새삼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이란전쟁을 어떻게 종식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단순한 레짐 체인지가 아니라 ‘근본적인 체제 변화(deep regime change)’가 그 답이 아닐까. 그러니까 이 광신적 ‘정치·안보 카르텔’을 철저히 제거하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