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크리스마스 샤핑을 한 사람들은 한가지 분명하게 깨달은 것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쫓기듯 하는 샤핑은 절대로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샤핑을 미루고 미루던 사람들이 막판에 한꺼번에 몰려나와 샤핑몰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살면서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만큼 기분 좋은 일도 별로 없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그해의 소중한 인연들을 짚어보고, 선물하고 싶은 대상들을 정하고, 그들이 좋아할 물건들을 고르고, 정성껏 포장해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 마음 따듯하게 하는 행복한 경험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며칠 앞두고 부랴부랴 하는 샤핑은 고역도 그런 고역이 없다. 매순간이 인내심의 시험장이다. 우선은 샤핑몰까지 가는 길. 몇 블록 전부터 길이 막혀 꼼짝 못하고 있으려면 마음만 급해진다. 다음은 주차 전쟁. 주차 공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주차장을 돌고 돌다보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마구 방출되기 시작한다.
마침내 차를 세우고 몰 안으로 들어서면 그때부터는 사람에 치인다. 가게마다 사람들이 붐벼서 물건을 구경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음악은 왜 그렇게도 크게 틀어대는지, 정신이 멍해질 지경이다.
그런데 샤핑객들이 겪는 이런 불편이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고객들이 너무 차분하면 돈을 덜 쓴다는 것이다. 적당히 열 받고 적당히 흥분해야 지갑을 쉽게 연다고 한다. 지갑을 움켜쥘 자제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귀가 떨어져 나갈 듯 크게 틀어대는 음악. 너무 시끄러워서 당장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도 없지 않겠지만 종종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과 싱가폴 국립대학의 공동연구 결과이다. 신나는 음악이 크게 계속 나오면 고객들은 저도 모르게 자극을 받아서 순간적으로 통제력을 잃게 된다고 한다. 소위 충동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편 느린 템포의 음악을 트는 가게도 나름대로 의도가 있다. 관련연구에 의하면 ‘화이트 크리스마스’ 같은 잔잔한 음악은 샤핑객을 오래 매장 안에 잡아두는 힘이 있다. 오래 있다 보면 처음에 의도하지 않았던 것들까지 살펴보면서 돈을 더 쓰게 되기 마련이다.
고객들이 순간적 통제력 상실로 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것은 음악만이 아니다. 냄새도 한몫을 한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입구에서부터 계피 향이 진동하는 가게들이 있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자극하는 냄새이다. 추억에 젖어 감상적이 되면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도 이것저것 사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편’이 매출을 올리는 예는 심신의 피로감. 사람에 치이며 이 가게 저 가게 헤매다 보면 “아, 아무 거나 사가지고 빨리 이곳을 떠나자”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 품목 따지지 않고 마구 사들이는 것이 크리스마스 임박한 당일치기 샤핑의 특징이다. 이런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방법은 하나. 시간 여유를 가지고 미리 미리 선물 준비를 끝내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반드시 실천에 옮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