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인 차이나’에서 김무섭이 아리아를 노래하고 있다. <사진 Jonathan Leibson, Getty mI ages>
LA의 문화예술계가 총 출동한 행사였다.
6일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에서 열린 뮤직센터 50주년 기념공연은 LA 필하모닉, LA 오페라, LA 매스터코랄, 센터 디어터 그룹, 글로리아 코프만 댄스 등 음악 연극 무용 뮤지컬 등 LA의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콜래보레이션으로 무대를 구성, 휴식 없이 2시간반 동안 수많은 프로그램을 숨 가쁘게 엮어나갔다.
그 중에서도 무척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던 것은 맨 처음 스테이지에 오른 LA 오페라의 ‘닉슨 인 차이나’ (존애덤스 작곡) 뱅큇 장면에서 한인 바리톤 김무섭과 소프라노 박소영이 주역으로 출연해 노래한 것. 특히 주은래로 분한 김무섭은 꽤 오랜 시간 연설하는 아리아를 자신감 넘치게 열창해 박수를 받았으며 팻 닉슨 역의 박소영도 출중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또한 LA 매스터 코럴은 약 100명단원이 무대에 올라 3곡을 노래했는데 첫 곡이 우효원의 ‘메나리’였다.
메나리는 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리아리랑’의 변주로 펼쳐지는, 우리 가락을 현대화한 합창곡이다. 원래는 흩어진 3개 그룹이 무대로 서서히 모이면서 홀의 울림을 이용해 북과 징의 리듬만을 반주로 노래하는 신비한 공간 음악인데, 이날 연주는 공간 제약상 무대를 넓게 이용하는 것으로 충분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그랜트 거숀 LAMC 음악감독은 이 합창곡을 아주 좋아해서 지금까지 여러 차례 공연해 호평 받았다. 이날 무대에서는 한인 단원들인 여선주, 이정욱, 김경태, 찰리 김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날 축하공연은 클래식 공연예술그룹의 50주년 행사 치고는 전반적으로 요란하고 경박한 쇼 프로덕션의 냄새가 많이 났지만 수많은 프로그램을 고루 포함하면서 물 흐르듯 소화해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
특별히 감동적이었던 프로그램은 이곳에서 25회나 치러진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특별했던 영상들과 히스패닉 명배우 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가 30여년 전 출연했던 연극(‘Joot Suit’)을 재현하던 모습, 그리고 남자백조로 유명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공연이었다.
이 외에도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로 연주하는 LA필하모닉의 ‘헬릭스’ (Helix, 에사 페카 살로넨 작곡) 실황을 파빌리온 무대 영상으로 생중계하고 거기에 맞춰 LA 댄스 프로젝트가 새로운 춤을 초연한 무대였다.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