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필 ‘두다멜과 베토벤’ 시리즈] ‘베토벤의 향연’… “또 다른 차원의 위대함과 아름다움”

2026-01-3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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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홀 프리뷰
▶ ‘에그몬트’와 ‘장엄미사’

▶ 교향곡 6번과 7번까지
▶ 4개 프로그램·14회 공연
▶ 2월~3월초 대장정 예고

[LA필 ‘두다멜과 베토벤’ 시리즈] ‘베토벤의 향연’… “또 다른 차원의 위대함과 아름다움”

‘악성’ 베토벤. [LA 필하모닉 제공]

[LA필 ‘두다멜과 베토벤’ 시리즈] ‘베토벤의 향연’… “또 다른 차원의 위대함과 아름다움”

두다멜 LA필 음악예술감독. [LA 필하모닉 제공]


LA 필하모닉의 음악예술감독 구스타보 두다멜이 2월과 3월초에 걸쳐 ‘악성’ 베토벤의 핵심 레퍼토리를 집약한 대규모 연주 시리즈‘두다멜과 베토벤(Dudamel & Beethoven)’을 선보인다. 총 4개 프로그램, 14회 공연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교향곡, 합창곡, 극음악, 현대 위촉 작품을 아우르며, 두다멜이 바라보는 베토벤의 예술 세계와 현재성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특별한 무대들이다.

마에스트로 두다멜은 “베토벤은 나로 하여금 또 다른 차원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믿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이번 시리즈는 단순한 베토벤 음악 모음이 아니라, 자유·신앙·자연·인간성이라는 베토벤의 사유를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뜻깊은 음악 여정이다.

■ 계몽의 이상과 자유의 서사


시리즈의 문을 여는 첫 번째 프로그램은 2주 전 본보가 상세히 소개한 ‘두다멜 지휘 베토벤과 로렌츠(Dudamel Conducts Beethoven and Lorenz)로, 2월 12~15일 베토벤의 극음악 에그몬트를 중심으로 계몽주의 정신과 자유의 가치를 탐구한다. 베토벤은 네덜란드의 영웅 에그몬트 백작의 이야기를 통해 억압에 맞선 인간의 존엄과 희생을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이번 무대에서는 괴테의 원작 희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본이 사용되며, 할리웃 스타 케이트 블란쳇이 내레이터로 참여해 극적 몰입을 더한다. 음악·연극·낭독이 결합된 이 공연은 베토벤을 ‘시대의 사상가’로 조명하는 무대다. 여기에 한국이 낳은 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슈만 협주곡이 관객들에게 황홀한 즐거움을 더한다.

■ 베토벤의 ‘성스러운 정점’

두다멜이 이끄는 이번 베토벤 시리즈의 정점은 단연 2월 20~22일 펼쳐질 ‘장엄미사(Missa Solemnis)’ 공연이다. 베토벤이 “내 마음에서, 부디 당신의 마음으로 전해지기를”이라는 헌사를 악보 첫머리에 남긴 이 작품은, 작곡가 스스로 자신의 최고의 성취라고 여겼던 걸작이다. 그러나 방대한 규모와 극도의 난이도로 인해 연주 빈도는 극히 드물어, 베토벤 전기 작가 얀 스와퍼드는 이를 “가장 위대한, 그러나 거의 연주되지 않는 작품”이라 평했다.

이번 공연은 두다멜이 LA 필하모닉 음악감독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사 솔렘니스를 지휘하는 역사적인 무대다. 관현악과 합창, 독창을 총동원한 이 작품을 위해 두다멜은 바르셀로나의 명문 합창단 ‘오르페오 카탈라(Orfeo Catala)’와 ‘팔라우 데 라 무지카 카탈라나(Cor de Cambra del Palau de la Musica Catalana)’ 합창단을 LA로 초청했다. 120여 명에 달하는 합창단과 LA 필하모닉, 그리고 세계 정상급 성악 솔리스트들이 한 무대에 오른다. 소프라노 프리티 옌데, 메조소프라노 사라 사투르니노, 테너 백석종, 베이스 니컬러스 브라운리가 참여해 작품의 극적·영적 깊이를 완성한다.
[LA필 ‘두다멜과 베토벤’ 시리즈] ‘베토벤의 향연’… “또 다른 차원의 위대함과 아름다움”

테너 백석종. [LA 필하모닉 제공]


특히 세계 오페라 무대의 스타로 떠오른 테너 백석종은 이번이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데뷔 무대가 된다. 백석종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에서 맹활약하며 세계 오페라계에 우뚝 선 늦깎이 스타다. 맨해튼 음대에서 공부한 백석종은 30대 들어 바리톤에서 테너로 전향, 2021년 미국 로렌 자카리 오페라 콩쿠르와 이탈리아 빈체로 콩쿠르, 스페인 비냐스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한 뒤 로열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삼손과 델릴라’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잇따라 주역을 맡으며 급부상, 세계 주요 오페라 무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두다멜은 이 ‘장엄미사’ 작품을 “교향 레퍼토리의 성배”라고 부른다. 그는 “베토벤은 이 미사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음악적 건축을 발명해야 했다. 악보를 볼 때마다 새로운 방을 발견하는 느낌”이라며, “연주자와 합창단 모두에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를 하는 작품이기에, 오히려 압도적인 감동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특히 이번 무대는 두다멜이 “지금이야말로 LA 필하모닉과 함께 도전할 완벽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선택한 장엄미사 첫 연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이번 시즌을 끝으로 LA를 떠나는 두다멜이 지난 17년간 이어온 LA 필하모닉과의 예술적 동행의 정점을 찍는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환희와 저항의 리듬

2월26일부터 3월1일까지 이어지는 세 번째 프로그램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7번과 멕시코 작곡가 가브리엘라 오티스의 발레 음악 ‘다이아몬드 혁명(Revolucion diamantina)’이 나란히 연주된다. 베토벤이 “가장 훌륭한 교향곡”이라 자부했던 7번의 도취적인 리듬과, 오티스가 현대 사회의 저항과 연대를 그려낸 음악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 자연에서 지옥으로

그리고 이번 베토벤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3월 5~6일과 8일에 진행될 ‘두다멜, 단테, 그리고 베토벤 6번(Dudamel, Dante, and Beethoven 6)’ 프로그램은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과 토마스 아데스의 ‘단테’의 첫 악장 ‘인페르노(Inferno)’를 결합한 극적인 구성이다. 평온한 자연의 찬가에서 출발해 단테의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 여정은, 베토벤 이후 음악이 도달한 감정과 표현의 확장을 보여준다. LA 필하모닉은 이 작품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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