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조나스의 플로렌시아’의 한 장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데이빗 핏싱거(선 장), 낸시 파비올라 헤레라와 고든 호킨스(중년부부), 베로니카 빌라로엘(플로렌시 아), 리젯트 오로페사(로살바). <사진 Craig T. Mathew/ LA Opera>
■ 공연리뷰 오페라‘ 아마조나스의 플로렌시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공연인데 아주 재미있게 봤다.
22일 개막된 스패니시 오페라 ‘아마조나스의 플로렌시아’ (Florenciaen el Amazonas)는 LA 오페라가 1997년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올리는 작품으로, 플라시도 도밍고 총감독이 “다니엘 카탄이 쓴 우리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중 하나”라고 극찬했던 작품이다. 멕시코 작곡가 카탄은 ‘일 포스티노’(2010)로 널리 알려진 작곡가로, 멕시코 출신인 도밍고가 이 오페라의 초연에서 주역을 노래했다.
오페라 하면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이 종주국이라 청중의 기대감도 높지 않은 편이었고 LA 오페라측에서도 다른 작품만큼 홍보에 열을 올리지도 않았는데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우선 오페라 무대에서 흔치 않은 스패니시 오페라라는 점이 이채로웠다. 특히 이 작품은 음악과 언어, 스토리와 무대가 드러나게 이국적이고 남미적이어서 이제껏 보아온 오페라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수 있었다. 일면 대중적이고 쉽게 다가온다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음악은 굉장히 서정적이고 낭만적인데다 매력적인 아리아도 적지않다. 때로는 넘실대는 아마존의 강물처럼 역동적이고 로맨틱한데, 이것을 그랜트 거숀(LA 매스터코랄 음악감독)이 훌륭하고 안정적으로 끌어나간다.
로맨스와 신비주의가 혼재된 ‘아마조나스의 플로렌시아’의 스토리는 1900년대 초 아마존 강을 따라 항해하는 증기선에 승선한 7명의 이야기다.
브라질의 오페라하우스를 향해가는 배의 승객들 중에는 유럽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고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가는 오페라 디바가있다. 오래 전 헤어진 첫사랑을 찾아가는 그녀와 함께 배에 탄 사람들은 점잖고 노련한 선장과 뱃사람이 되기 싫은 그의 조카, 디바를 취재해서 글로 쓰려는 여기자, 식어버린 사랑의 불씨를 되살려보려고 애쓰는 중년부부, 그리고 내레이터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가 고루 조명되면서 배는 거대한 폭풍을 만나게 된다. 밀림 속으로 사라져버린 나비 채집가 애인을 갈구하는 여주인공 플로렌시아가 마지막에 자신의 몸으로 승화된 사랑을 체험하는 장면,엔딩이 감동적이다.
무대 위에 설치된 2층짜리 증기선 한 척이 360도로 돌면서 여러장면을 연출하고, 배경의 전체 화면에서 풍경이 서서히 움직이는 영상으로 배를 타고 지나가는 느낌을 잘 표현했다. 때때로 흑인 댄서들이 배 주변에 튀어나와 춤을 추면서 강유역에 서식하는 다양한 자연의 생명력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플로렌시아 역의 소프라노 베로니카 빌라로엘. 여기자 로살바 역의 소프라노 리젯트 오로페사, 아르카디오 역의 테너 아르투로 샤콘 크루즈, 중년 부부 역의 메조소프라노 낸시 파비올라 헤레라와 고든 호킨스 등이 모두 고르게 좋은 공연을 보여준다.
남은 공연 일정은 30일 오후 2시, 12월10일 오후 7시30분, 14일 오후2시, 18일과 20일 오후 7시30분. 티켓 18달러 이상.
www.laopera.com, (213)972-8001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