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우윤미 ㅣ 죽은 자의 날

2014-11-17 (월) 12:00:00
크게 작게
할로윈에 영화 ‘The Book of Life’를 봤다. 이름 있는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무섭지 않아서였는지 극장은 매우 한가했다. 할로윈을 맞았으니 다들 ‘무서운’ 영화를 보러 간 모양이었다.

이 영화는 멕시코의 ‘Día de Muertos(Day of the Dead: 죽은 자의 날)’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멕시코 사람들도 우리처럼 죽은 자의 영혼이 그 날 다시 찾아온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그날 죽은 사람의 사진과 음식을 준비하고 여러 행사로 혼을 맞이한다.

멕시코에도 우리 나라의 제삿날과 같은 것이 있다니 신기하기도 했고 만화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영화였다. 그 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네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는 네 마음 속에 언제나 살아 있는 거야."그 영화를 보고 나서 이웃 동네에서 하는 파티에 갔다. 나는 친구들과 신기하고 창의적인 옷에 홀려 음악이 흥겹게 들리는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어느 집 앞을 지나게 됐는데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그 집은 해마다 죽은 사람의 묘석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 집 마당에는 여러 묘석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올해 세상을 떠난 로빈 윌리암스(Robin Williams)와 조안 리버스(Joan Rivers) 등의 사진도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로빈 윌리암스의 영화와 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나 로빈 윌리암스 참 좋아했는데..." 그 얘기를 듣다 문득 내가 죽으면 누가 나를 기억해 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기억해 줄까보다 어떻게 기억할까가 더 궁금했다. 나는 그 동안 어떤 사람이었는가? 다른 사람을 위한답시고 내 이익만 챙기지는 않았는가? 나보다 약한 사람을 무시하고 잘난 체하며 살지는 않았는가?

남의 고통을 즐기지는 않았는가? 누군가가 나를 마음 따뜻하고 함께 있으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었던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싶다. 부모님에게는 자랑스러운 딸로, 남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로, 언니 동생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친구들에게는 사랑스러운 친구로, 학생들에게는 최선을 다하는 선생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 동안 살아 온 날들과 살아 갈 날들이 눈 앞에 영화 필름처럼 펼쳐졌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게 해 준 뜻깊은 밤이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