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우윤미 ㅣ 엄마
2014-11-03 (월) 12:00:00
엄마소리만 들어도 코끝이 찡해지는 ‘엄마’라는 단어는 감히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려운 주제이다. 엄마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 본 적이 있는가? 나의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면 우리는 공기처럼 우리를 숨쉬게 해주는 엄마의 존재를 잊고 사는 것 같다. 내 엄마는 집안 사정으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셨지만 나는 우리 엄마만큼 똑똑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본 적이 없다.
15시간씩 일을 하고 나서도 책을 놓지 않으셨고 라디오를 들으며 상식을 공부하셨다. 또 우리 엄마는 문학적 감각이 매우 뛰어나 그걸 글로 잘 표현해내는 그런 분이셨다. 우리는 가끔 우리 엄마의 편지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소개되는 것을 보고 매우 자랑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없는 살림이지만 세 아이를 교육시키기 위해 신문에서 무료 프로그램을 찾아 보내 주셨고 먹성 좋은 우리를 먹이기 위해 수제비와 국수를 한없이 만드시기도 했다. 언젠가 우리 엄마가 “너희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엄마도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었는데 나는 아무 도움도 드리지 못했다.
이제 우리 엄마는 그렇게 원하시던 공부를 시작하셨다. 공부가 너무 재미있다는 엄마의 전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쁘고도 죄스럽다. 이순이 넘어서 이룬 꿈에 소녀처럼 좋아하는 엄마는 아직도 감성이 풍부하고 열정으로 가득 찬 분이다. 언젠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며칠 간을 펑펑 운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책 내용이 슬픈가 보다 했겠지만 그 책을 읽은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쏟은 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에게 엄마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있어서 꺼내기 힘든 사람이다. 나는 그 책을 읽고 신경숙 작가에게 매우 고마웠다. 나에게 엄마의 이야기를 마음 속에서 한 보따리씩 꺼내어 한없이 이야기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아이 자랑, 남편 자랑, 아내 자랑은 하지만 엄마 자랑은 하지 않는 당신을 위해 오늘만큼은 엄마의 이야기를 실컷 해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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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윤미씨는 경희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석사를 취득했다. 상하이 한가람한국어 대표를 지냈고, 현재오클랜드한국학교 한국어 교사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