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성은지 ㅣ 주변의식

2014-10-1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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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중간고사 기간이다. 도서관과 학교 몇몇 건물들이 24시간 열고, 자리잡는 것은 기말고사 기간만큼은 아니지만, 꽤 치열하다. 나는 이학년 때까지만 해도 집에서 공부하는 성향이어서 도서관에 잘 가지 않았다.

자리 경쟁도 피곤하고 그 시간에 차라리 공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까닭에서다. 또, 도서관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만큼 아는 사람도 마주치게 되고 한 명 두 명 인사하고 몇 마디 잡담을 나누다 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학년이 되고 나서부터, 남들처럼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열심히 도서관에 가는지. 내가 느낀 바로는 도서관에서 공부가 잘되는 이유는 일단 조용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집도 시끄러운 편이 아니다. 창문을 다 닫으면 도서관만큼 조용하다. 그렇다면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분위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 공부를 하니 나도 같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분위기이다. 이렇듯 우리는 살아가면서 주변을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은 자연적이고 당연할 테다. 하지만 어떨 때 보면 나 자신도 너무 남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방학이 돼서 한국에 가면 남의 눈을 더 많이 의식하는 나를 느낀다. 집 앞에 나갈 때에도 화장을 안하고 민 얼굴로 나가면 왠지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다. 오랜만에 친구나 친척들을 만날 때에는 일단 먼저 보이는 것이 나의 변화된 외적인 모습이기에 나로선 입고 나가는 옷에 신경이 쓰이게 된다 .

원래는 혼자서도 잘 먹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 먹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반면 버클리에서는 노숙자가 길 한복판에 누워 있든 말든, 남자들이 윗옷을 벗고 조깅하던 말던 신경쓰지 않는다. 매정할 정도로 무신경하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다. 하지만 주변을 의식하는 문화가 더 나쁘고 의식하지 않는 문화가 더 좋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식하지 않는 만큼 개인주의가 더 강한 것이고 의식하는 만큼 관심이 있는 거라고 생각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또, 남들이 의식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 경우가 더 많다. 내가 머리를 자르던 길거리에서 넘어지던, 그것이 한국이든 미국이든 장소와 문화를 불문하고 타인에게는 그것이 나한테 만큼의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다른 사람의 눈을 걱정하느라 에너지 소비하며 스트레스받지 않고 나 자신에게 신경쓰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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