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박수진 ㅣ 죽을 권리?

2014-10-0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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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벨기에에 사는 80대 노부부의 동반 안락사 계획에 관한 기사를 접했다. 기사의 내용인즉슨 내년 2월 결혼 64주년을 맞는 노부부가 상대방이 떠난 후 혼자 남는 것을 두려워해서 동반 안락사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안락사는 법적으로도 한국에서는 허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치료행위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 행위도 문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단 5개 주에서만 까다로운 조건하에 불치병 환자에 한해서 치사량의 약물처방을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이번 동반 안락사를 결정한 부부가 살고 있는 벨기에와, 이에 앞서 네델란드가 안락사가 합법화된 나라라고 하니 거의 모든 나라, 모든 사람에게 안락사는 익숙치 않은 일이다.

이번에 기사화된 노부부는 남편이 20년간 전립선암으로 치료받아왔고 부인은 청력을 거의 상실했고 시력이 약해진 상태라고는 하지만 치명적인 상태는 아니라고 한다. 부모의 사별 후 혼자가 되신 부모님을 돌보기가 어렵다고 세 자녀들이 부모님의 요청을 받아들인 후, 벨기에 안락사의 80% 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 병원에 아들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안락사를 허락받았다며 노부부는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까지 전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의 연속이다. 많은 사람이 “나는 짧고 굵게 살다 가고 싶다”, “아픈 채로 오래 사는 게 두렵다” 등의 병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인 짐을 지우길 원하지 않는 말들은 하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동반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왜 그들은 살아서 누리는 행복을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했을까?

살아있는 것이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지옥 같은 시간인가? 여러 가지로 그들을 이해해보려고 해도 내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살아서 지낼 모래알처럼 많은 시간에 대한 기대가 크기에 죽음이 가져다주는 단절은 모든 희망을 잃어버리기 때문인 것 같다.

과연 내 맘대로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운운하며 나에게 맡겨진 귀중한 생명을 내던질 수 있는 권리가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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